지난해 초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1차 수사권을 갖게된 제주경찰이 사건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에서도 수사 관련 부서는 '기피부서'로 전락한 상황이다.
21일 제주지방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1~6월) 제주지검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 1305건 가운데 3개월 이내 이행된 사건은 51.3%(669건)에 그친 반면 6개월 이상 소요된 사건(미이행 포함)은 28.8%(376건)에 달했다. 구체적인 기간을 보면 ▷1개월 이하 21.7%(283건) ▷1~3개월 29.6%(386건) ▷6개월 초과 12.3%(161건) ▷미이행 16.5%(215건) 이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모든 사건이 아닌 혐의가 인정된 경우에만 검찰에 사건을 넘긴다. 검찰은 경찰이 보낸 사건 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를 요구한다. 제도 변경 전 검찰이 수사지휘를 했을 때는 3개월 내로 이행하는 게 원칙이었다.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경찰이 송치하지 않은 사건을 검찰이 '재수사'요청한 경우도 이행이 더딘 상황이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이행 기간을 보면 ▷1개월 이하 16.9%(16건) ▷1~3개월 28.4%(27건) ▷3~6개월 17.9%(17건) ▷6개월 초과 10.5%(10건) ▷미이행 26.3%(25건)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인지하는 무고 사건(허위 고소·고발)도 크게 줄었다. 2020년 제주지검이 인지한 무고 사건은 5건이었던 반면 작년에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무고 사건 상당 수는 혐의가 없이 불송치되기 때문에 수사권 조정에 따라 '송치 사건'만 다루는 검찰 입장에서는 인지 자체가 어려운 것이다.
제주경찰 내부에서도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사권 조정에 맞춰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를 신설하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사건을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8월 제주도자치경찰위원회가 제주경찰 818명을 대상으로 기피부서를 물었더니 성범죄·아동학대 사건을 다루는 여성청소년(50%)에 이어 수사가 48.2%로 2위를 차지했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유능하고 성실한 경찰이 많지만, 수사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누구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며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2중, 3중의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