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경수의 목요담론] 올레길 새연교를 산책하며 인연을 생각한다

[오경수의 목요담론] 올레길 새연교를 산책하며 인연을 생각한다
  • 입력 : 2022. 06.09(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 서귀포에는 '새연교'라는 다리가 있다. 서귀포항과 새섬을 연결하는 다리로 '서귀포 미항을 찾는 모든 분들이 이곳에서 인연을 더욱 견고히 하거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가는 다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새연교의 개통으로 그동안 접근이 불가능했던 '새섬' 출입도 가능하게 됐다. 덕분에 다리를 건너 새섬을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야경 또한 아름다워 늦은 저녁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 이제는 제주를 대표하는 유명관광지가 됐고 올레길 코스이기도 한 새연교를 필자도 자주 찾는다. 새연교를 오가다 보면 육지와 섬을 자연스럽게 연결한 매력에 흠뻑 빠진다. 다리 남쪽엔 섶섬, 문섬, 범섬이 훤히 내다보이고, 북쪽으로는 한라산이 우뚝 서있어, 마치 내가 세상을 연결하고 오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자연과 자연을 연결한 것이 다리라면 사람과 사람과의 연결은 '인연'이라고 할 수 있다.

인생(人生)이라는 한자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기대어 함께 생을 살아가는 형상으로 돼있다.

어떤 사람과 어떤 인연을 맺으며 살아가느냐에 따라 인생의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제주의 나인브릿지 골프장에는 실제 다리가 8개 밖에 없다. 나머지 하나는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준다는 의미로 아홉번째 브릿지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사이먼&가펑클의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라는 노래에서도 '다리'는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아침마다 새연교를 오가며 '오늘은 어떤 인연이 나를 기다릴까?'라며 늘 가슴이 설레곤 한다.

요즘 타 지역으로부터 서귀포 혁신도시로 와 있는 지인들을 자주 만난다. 육지사람, 이주민으로 불리는 그들과의 접촉을 통해 비록 이곳 제주의 문화와 풍습이 낯설더라도, 제주에 머물러 있는 동안에는 함께 어울려 즐기면서 오랫동안 연결된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 중에는 은퇴한 CEO도 있고, 한달 살기 혹은 1년 살기로 제주에 온 분들도 있다. 그들의 마음을 연결하고 인연을 만들어 가는데 과거의 행적이나 현재의 모습은 중요치 않다. 지금, 제주에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서로가 한마음이 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연은 충분히 소중하고 의미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CEO올레캠프'를 만들어 최고경영자들과 함께 올레길을 걸으면서 치유하는 힐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힘을 보탰다. 경쟁사회에서 맘을 놓지 못한 채 긴장속에서 살아온 CEO들이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의 자연을 즐기고 길 위의 인문학 강좌까지 곁들인 캠프을 통해 리프레쉬하고 돌아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올레길을 인연으로 자연과 사람이 일체화 돼 편안한 호흡을 경험했을 것이라 믿는다.

이렇듯 제주에서는 지금도 사람과 사람을 잇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가는 새연교처럼…. <오경수 제주올레 전문위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788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