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하지 단상

[이종실의 하루를 시작하며] 하지 단상
  • 입력 : 2022. 06.15(수)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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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중순, 하지를 앞두고 절기와 기후, 그리고 예로부터 전해지는 더운 여름 나기를 살펴본다.

입춘부터 대한까지의 24절기는 '황도'가 만든다. 황도는 태양의 둘레를 도는 지구가 천구에 투영된 궤도다. 하지는 태양이 이 황도상에서 가장 먼 북쪽에 있을 때다. 북반구에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날 일 년 중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 태양이 지표면에 보내는 땡볕이 시간과 분량에서 제일 많다. 지상에는 받아들인 열이 쌓이고 이로 인해 상승하는 무더위가 소서와 대서로 이어진다. 태양은 이처럼 정점의 열기를 지상에 던져두고 황도를 따라 남으로 회귀한다.

지구상의 기후는 지표면이 받는 태양열에 의해 결정되고 계절과 그 변화는 지구의 기울기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면서 받는 태양열은 그 기울기로 인해 시기에 따라 지역별로 양이 다르다.

이런 우주의 섭리에 따라 우리는 절기와 계절의 혜택을 누리고 제철에 따른 삶의 신비를 경험한다. 더위가 있어서 시원함의 가치를 알고, 추위가 있어서 따뜻함의 고마움을 깨닫는다. 더위와 추위를 겪는 담금질로 정신과 육체를 단련한다. 적도나 극지방이 가까운 곳에서는 누릴 수 없는 혜택이다. 옛사람들은 절기와 기후의 변화를 잘 헤아리고 적응할 줄을 알았다.

무더위에 지치는 몸의 보강을 위해 정한 '잡절'이 있다. 초·중·말의 삼복 날이 두루 알려져 있으며 제주에서는 세 번 치르기가 힘들었는지 음력 유월 스무날 하루가 '닭잡아먹는날'로 전해지고 있다.

초복과 중복은 하지를 기준으로 한다. 하지 지나서 세 번째 '경일'(십간의 庚 자가 든 날)이 초복이고, 네 번째 경일이 중복이다. 올해를 보자. 초복은 7월 16일로 소서와 대서 사이에 오고 중복은 그 열흘 후에, 대서 지나서 오고 있다. 말복은 입추를 기준으로 하므로 8월 7일 후 첫 경일인 8월 15일로서 중복과는 20일 차이다. '닭잡아먹는날'은 7월 18일로 초복의 다음다음 날이다.

절기와 함께하는 일상에서는 천문과학과 음양오행 그리고 삶의 강단이 보인다. 하지같은 모든 절기가 '입절시각'까지 예측·활용되고 있다. 절기에 따르는 기후와 이를 활용한 농사와 생활의 정보가 정리·공유되고 있다. 복날의 선정에 음양오행의 원리가 쓰였다.

그날이 왜 경일인지 추론해 보자. 음양과 오행으로 볼 때, 경(庚)은 양(陽)이면서 불(火)과는 상극으로 이를 밀어내는 금(金)이다. 불더위에 몸을 움츠려 엎드린다(伏)고 표현은 했지만 날을 잡고 당당하게 맞섰던 것 같다. 옛사람들이 어려운 시기를 활력 회복과 심기일전의 기회로 삼았던 예다. 말복이 더위의 절정이면서 막바지이듯, 역경은 거셀수록 끝이 가까운 것이다. 여름 무더위말고도 여러모로 후텁지근하고 힘든 시기다. 지혜롭게 견뎌보자. <이종실 (사)제주어보전회 이사장·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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