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3)키위를 제2과수로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3)키위를 제2과수로
제주,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등 키위 재배적지
  • 입력 : 2022. 06.23(목)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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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28㏊로 면적은 전국 3위… 생산량은 1위
제주도·농협, 농식품부에 과수품목 반영 적극 요청
240농가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 토종키위 육성 주력

[한라일보] 제주에서 생산되는 아열대과수라면 누구나 감귤을 맨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제주감귤이 바다를 건너 남부지방에서 재배가 조금씩 늘고 있다. 위험 부담과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감귤 외에 새로운 아열대작물에 도전하는 농가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자치도와 제주농협지역본부는 지난해부터 키위를 제2의 과수품목으로 키우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제4차 과수산업발전계획(2023~2027년)에 반영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현재 제주에선 감귤이 유일하게 과수품목으로 지정돼 있는데, 키위가 과수품목으로 지정되면 현재 전액 지방비로 지원중인 유통시설기반 조성비 등을 FTA기금과 연계해 지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전국적으로 키위가 많이 재배되는 지역은 제주와 전남, 경남 지역이다. 2021년 기준 재배면적과 생산량은 제주 328㏊·8807t, 경남 378㏊·4193t, 전남이 548㏊·8048t이다. 제주가 면적은 3위지만 생산량은 가장 많다. 배수가 잘 되는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 등 기후 조건이 키위 재배에 최적지라고 농업기술원 등에서 얘기한다.

제주에서 키위를 재배하는 240여 농가로 구성된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의 고혁수 대표이사는 최고 품질의 키위 생산으로 내수 판매는 물론 수출국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제주에서 키위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다. 2004년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서 암울한 전망에 정부에서 폐업을 권장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전세계에 유통되는 키위의 70% 안팎을 장악하는 뉴질랜드산 키위의 국내 수입량이 2011년 2만9757t에서 2021년 4만1001t까지 확대될만큼 소비가 늘고 있고, 감귤 대체품목을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키위 국산품종 개발과 재배기술 역량 확보, 농가 조직화 노력 등으로 재배농가도 증가 추세다.

키위 농사를 짓는 농가 240여명으로 구성된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은 키위 생산과 유통은 물론 수출 부문에서도 독보적인 농가 조직체다. 지난해 80㏊에서 약 1300t을 생산했다. 뉴질랜드 키위브랜드 제스프리사가 2004년부터 도내 농가와 계약재배하는 150여㏊를 제외한 나머지 면적의 45%정도를 차지한다. 10~11월 수확한 키위는 이듬해 4월 초까지 백화점, 대형 유통매장과 중도매인 등에게 판매한다.

겨울철 산지유통센터에서 선별중인 키위와 봄철 꽃가루센터에서 꽃가루를 생산하는 모습.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 제공

2008년 9명의 회원으로 출발됐지만 2011년 자체브랜드 '키위랑'을 등록했고, 2012년 제주도농업기술원 지원사업으로 저온저장고·선과기를 갖춘 산지유통센터를 준공했다. 2013년엔 유통센터에 집하장도 조성했다. 수입산에 의존하던 인공수분용 수꽃가루의 안정적인 공급기반 조성을 위해 꽃가루센터도 조성해 연간 100㎏ 이상의 꽃가루를 농가에 공급 중이다.

농가의 몫은 열심히 농사지어 고품질의 키위를 수확하는 일까지다. 수확한 키위를 전량 집하장으로 운반하고 공동선별·공동출하공동계산을 원칙으로 해 ㎏당 3700원정도의 농가수취가를 올리고 있다. 영업총괄본부를 통해 판로를 확보하고 생산의 규모화와 출하 단일화, 품종별 수확기 판정기술 개발로 최고품질을 확보한 덕분이다.

수출시장도 확대중이다. 2015년 국내 최초로 수출을 시작해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몽골 등 6개국으로 수출하며 2020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키위수출선도조직, 지난해에는 농식품부의 최우수 수출선도조직으로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 수출실적은 약 150t으로 총 생산량의 10%가 넘는다. 제주시농협과 협업해 올 가을쯤엔 키위 가공품인 젤리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00년 후계농업경영인으로 선정된 고혁수 대표이사는 15년 전쯤 감귤에서 키위로 품목을 전환한 경우다. 감귤 대체품목으로 제주에서는 한때 복분자, 단감, 시설 배 재배가 늘었던 시기가 있었는데 얼마 못가 하나 둘 접는 상황을 직접 목격한 그였다.

한라골드영농조합법인 고혁수 대표이사는 "개방화로 어려운 농업환경이지만 농촌진흥청과 한라골드, 스위트골드 전용실시 계약을 체결해 생산·판매권을 확보해 시장교섭력을 높이고 있다"며 "최고의 제주토종 키위브랜드로 키워나가려는 한라골드영농조합의 노력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문미숙기자



키위특화단지로 안정적 소득 모색

성산일출봉농협-서귀포시-농업기술센터 협업
2029년까지 국산 품종 '감황' 50㏊ 조성 목표


월동무 주산지로 잘 알려진 서귀포시 성산읍 지역에선 키위특화단지 조성사업이 2029년까지 10개년 사업으로 진행중이다. 지역에는 이미 뉴질랜드 제스프리사와 키위를 계약재배하는 농가가 여럿 있다. 하지만 키위특화단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서귀포시, 성산일출봉농협, 제주도농업기술원 동부농업기술센터가 협업해 약 50㏊의 국산 품종의 키위단지 조성을 목표로 한다는 데 있다.

강태훈씨는 서귀포시, 성산일출봉농협, 동부농업기술센터가 협업해 조성중인 키위특화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해 국산키위 품종인 '감황'을 재배하고 있다. 문미숙기자

사업의 출발은 연간 재배면적이 5000㏊ 정도로 고착화돼 과잉생산에 직면한 월동무 면적을 조금이라도 줄이는 동시에 지역의 새로운 소득작목을 육성해보자는 데서 비롯됐다. 매년 젊은 농업인을 중심으로 선발해 서귀포시가 하우스 조성비를 60% 지원하고, 농업기술센터는 품종보급과 생산기술 등 재배매뉴얼 보급, 성산일출봉농협은 공선출하회를 조직해 유통을 책임지는 방식이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라는 측면에서 우려스런 부분이 없진 않지만 전반적인 키위 소비량 증가와 지자체의 푸드플랜 수립 확산 등을 국산키위 소비 증대에 우호적인 여건으로 보고 있다.

키위특화단지내 보급 품종은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남해출장소에서 개발해 보급중인 골드키위 '감황'이다. 남해출장소 연구 결과 당도가 17~18브릭스로 상대적으로 높고, 평균 무게도 개당 140~150g으로 커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월동무와 채소류 등 복합농이던 강태훈(42)씨는 성산지역 키위특화단지 조성사업 첫해인 2020년 뛰어든 5명 중 한 명이다. 성산읍 삼달리 4818㎡에 하우스를 짓고 지난해 키위 묘목을 심어 키우는 중으로 내년 가을 첫 소량 수확을 시작으로 재배 5년차부터는 본격적인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강씨는 "농사짓는 입장에선 판매가 제일 걱정인데, 생산만 잘 하면 농협이 판매를 전담한다는 점에 이끌렸다"며 "귤 농사를 제외하곤 월동무 등 다른 작물은 모두 접고 키위 재배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산일출봉농협 강석보 조합장은 "안정적인 농업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젊은 농업인 육성과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도 가능하다"며 "앞으로 키위 산지유통센터 구축과 안정적인 판로망 확보 방안을 꼼꼼히 세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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