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행복한 나를
  • 입력 : 2022. 07.01(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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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어'.

[한라일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을 꼽자면 아마도 '나를 사랑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나를 미워하는 일, 나를 싫어하는 일, 나를 마땅치 않아하는 일은 쉽다. 남이 아닌 어제의 나와 비교해도 오늘의 나는 썩 맘에 들지 않는다. 그저 이번 생은 망했다고 넘어가고 싶지만 태어났으니 살아야 한다. 한 번뿐인 이 생에서 하루 바삐 나를 사랑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데 생각하면 매일 다급해진다.

아니 내 인생의 핸들을 쥔 건 나인데 그것이 왜 그리 어려울까.

지금 극장가에 나를 사랑해서 행복한 그래서 아름다운 이들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어쩌면 이 두 작품은 스스로를 사랑하는 일이 어렵고 낯선 이들에게 꼭 필요한 영화일 수 있다. 9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 인물의 삶을 온전히 전하는 것이 가능할까 싶지만 영화라는 매체는 종종 그 어려운 일을 가능하게 만든다. '모어'와 '니 얼굴'이 바로 한 인물의 삶을 벅차고 뭉클하게 전하는 마법과도 같은 영화들이다.

이일하 감독의 다큐멘터리 '모어'는 하나의 호칭으로 정의할 수 없는 사람 '모어'에 관한 감각적이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발레리나, 뮤지컬 배우, 안무가, 드랙퀸이자 성소수자인 모어, 모지민과 그의 삶은 독보적으로 아름답다.

독보적이라는 말에 얼마나 많은 고통과 고난이 있었을까 짐작하기도 어렵지만 순탄하지 않았던 자신의 삶 위에서 춤추는 이의 순간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그의 춤사위에 삶의 어떤 순간들이 겹쳐지는 순간 온몸으로 느껴지는 독보적인 아름다움이라는 말에 토를 달 수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서동일 감독의 다큐멘터리 '니 얼굴'은 그림을 통해 세상과 마주하는 발달장애인 정은혜 작가의 일상을 기록한 이야기다.

최근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영희' 역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정은혜 작가의 매력이 극 전반을 유쾌하게 이끄는 '니 얼굴'은 예쁜 얼굴도 안 예쁘게 그려주는 캐리커처 작가 은혜 씨의 성장 일기인 동시에 편견과 한계라는 단어 위를 덧칠한 잊지 못할 그림일기다. 행복을 그리는 일, 삶을 채우는 일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일에 망설임이 없는 은혜 씨를 응원하며 그런 나 자신 또한 응원하게 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나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모어와 은혜 씨의 이야기는 깊은 감동을 전해준다. 결코 쉽지 않지만 아주 어렵지도 않은 일, 나를 사랑해서 나로 행복해지는 그래서 아름다움이라는 순간에 다가서는 일.

'모어'와 '니 얼굴'은 그렇게 그 순간을 전해주는 영화들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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