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 (6)마을 공동체

[제주 마을-참여와 자치의 기록] (6)마을 공동체
사람·건물로 제주 마을 팽창했지만 참여 제자리
  • 입력 : 2022. 07.04(월) 18:55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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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시 대정읍의 인구 증가를 이끈 요인 중 하나인 영어교육도시의 상가 지역.

전통적 방식 마을회 결속 강화 한편 존폐 여부 걱정
새로운 공동체와 연대 모색 마을 먹거리 찾는 작업도

[한라일보] 영어교육도시가 조성된 서귀포시 대정읍. 국제학교의 잇단 개교로 2011년 12월 31일 기준 1만6552명이던 인구수는 10년 뒤인 2021년 12월 31일 기준 2만2197명으로 갑절가량 뛰었다. 지난해 11월 말로 집계한 이 지역의 외국인 수도 1680명으로 나타났다.

인구수 변화는 영어교육도시 마을을 중심으로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구억리는 442명에서 1423명으로, 보성리는 495명에서 5012명으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마을은 사람이 모여들고 새로운 건물이 생겨나며 팽창했지만 마을 참여도는 그에 비례하지 않고 있다.

대정읍의 A마을. 이곳에서는 제주도교육청에 2년에 한 번씩 문 닫은 학교에 대한 임대 연장을 신청하기 위해 지역주민의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 애를 먹었다. 마을에 새롭게 터를 잡은 사람들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면하는 일도 어려웠던 탓이다. 10년 이상 거주자에 한해 마을 총회 승인을 받아 마을회에 가입해야 하는 조건도 작용했지만 평소 교류 기회도 거의 없었다. 모처럼 마을 단합대회를 열어도 이주민들은 무관심했다. 이 마을은 최근 원주민이 중심이 된 기존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마을 정관을 손질하는 방안을 살피는 중이다.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70%가 이주민이라는 B마을. 이곳에선 인구가 크게 늘면서 일각에서 행정구역을 분리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대로 마을을 지키며 살아온 원주민들에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다. 이런 중에 마을 구성원들에 대한 운영비 납부가 검토되고 있는 점은 오래된 공동체의 위협 요인에 대처하려는 움직임 중 하나다.

토박이 청년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해 지금은 50세 이하 청년회원들이 10명 정도에 그친다는 C마을에서는 이사무소의 존폐 여부를 걱정하고 있었다. 공동주택이 들어서고 유입 인구의 꾸준한 영향으로 큰 폭의 인구 감소는 없었지만 마을 발전, 마을 사업, 현안 해결 등을 꾸준히 이어나갈 마을회의 동력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했다.

마을은 아직까지 그 이름 그대로이지만 과거 공동체의 모습이 언제까지 살아있을지는 미지수다. A마을은 마을 내 경제적 상황이 뒷받침되면서 젊은 층의 귀향으로 마을회를 꾸려갈 기반을 갖췄다지만 모두가 그런 상황에 놓인 것은 아니다.

근래 '핫한' 지역으로 떠오르는 제주시 구좌읍의 D마을은 '함께'를 고민하고 있다. 음식업, 숙박, 여행 등 마을을 배경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정보를 주고 받으며 협업 과정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보려는 것이다. 마을에 스토리를 입히고 지역농부들이 밭에서 수확한 식자재를 이용한 메뉴 개발 등 귀촌한 이들과 더불어 마을이 성장할 수 있는 작업을 구상하고 있다. 마을의 크고 작은 단체들이 시대의 변화를 공동으로 헤쳐가기 위해 탄생했듯, 오늘날에도 뜻이 맞는 이들이 모인 마을 내 각종 공동체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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