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며칠 전 일이다. 동네 마트에 아이스 커피 하나를 사러 갔는데 빨대를 예전과는 다른, 작고 구멍이 좁고 색깔은 울긋 불긋한 어린이용을 내줬다. 이상해서 그 연유를 물었더니, 기업들이 상품에 덧붙여 팔던 빨대를 대책 없이 소리만 큰 환경 양치기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쳐 없애는 바람에 소매점주들이 직접 사서 소비자들에게 서비스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기업은 자신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를 환경 양치기들의 소리를 핑계 삼아 힘이 약한 누군가에게 그 손해와 책임을 떠넘겼다는 말이 된다. 어쩐지 기업과 환경 양치기들이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부정적으로 느껴진다. 기업은 옥수수로 만든 빨대든 갈대로 만든 대롱이든 그 대체용품을 마련하는 것에 골몰해야 하지 않았나 싶다가, 그 많은 옥수수는 어떻게 재배할 것이며, 그 많은 갈대는 어떻게 구하나 하는데 생각이 미치자, 친환경 전환이 정말 합리적인 대안인지 의심스럽다. 도리어 플라스틱 빨대가 있어서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로 세계적인 환경, 에너지, 안전 전문가인 마이클 셀런버거(Michael Shellenberger)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에서 보면 화학연료 기반 플라스틱을 대체하는 친환경이라는 것들이 대기 오염 관점에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분명히 말한다. 비닐봉투를 대신하는 종이봉투와 에코백 생산에 발생하는 탄소와, 소비되는 에너지 양이 비닐봉투보다 더 많다고 보았다. 종이봉투가 비닐봉투보다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려면 44회 이상 재사용해야 하고 유리병은 플라스틱병에 비해 생산과정에서 170에서 250%의 에너지를 더 소비하면서 200에서 400%의 이산화탄소를 추가 발생시킨다고 한다. 심지어 분해과정도 옥수수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플라스틱 제품 사용에 대해서 환경 오염의 주범으로만 몰고 가려는 단견은 피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말하고 있다.
실상 알고 보면 환경 양치기들의 배부른 소리가 결국 새로운 자원이나 창의적인 사업을 위한 기존의 상품을 갈아치우는 거대 사업가들에게 막대한 부를 안겨주는 광고효과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든 것은 세월이 말해준다.
바로 며칠 전만 해도 유럽의 친환경 주도 국가들이 경제 안보를 이유로 '전기차 전환 도중하차'를 선언했다. 언론은 '에너지값 급등' '원료 수급의 난제'를 그 이유로 든다. '한, 중, 일에 배터리 의존도가 커서 우려된다'는 말이다. 이에 친환경 전기차로 급격히 전환하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제주도는 또 어떻게 대응할지 몹시 궁금하다. 모든 게 불안한 이 시대에 경제 해결책과 더불어 자연재해 피해 해결책은 정부의 유, 무능을 가름 짓는 주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너나 없이 태풍의 길목에 들어섰다. 무사히 건널 수 있기를 바라면서 바람의 향방을 지켜보고 섰다. <고춘옥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