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영화觀] 눈물이 차올라서 고갤 들어
  • 입력 : 2022. 07.15(금)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영화 '탑건: 매버릭'.

[한라일보] '탑건: 매버릭'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개봉 4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를 탈환하며 5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파죽지세의 흥행세다. 톰 크루즈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의 내한 이벤트가 화제에 올랐고 북미 박스오피스에서의 기대 이상의 선전과 국내 언론 시사 후 호평이 쏟아지긴 했지만 매주 대작들이 자웅을 가리는 여름 극장가에서 개봉 한 달여가 지난 작품이 다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또한 포털 사이트 평점과 극장 예매 사이트 평점에서도 9점을 훌쩍 상회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기자와 평론가들 역시 호평 일색이다.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성공을 거둔 영화들이 없던 것은 아니지만 '탑건: 매버릭'은 확실히 이례적인,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고 있는 중이다. 36년 만에 찾아온 속편이 세대를 관통하는 대동단결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무엇이 이 작품을 보고 난 관객들을 이토록 열광하게 만들었을까.

'탑건: 매버릭'은 마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같은 기시감을 주는 영웅담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실화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 아니다. 1986년에 선보인 '탑건'을 기반으로 고전 블럭버스터의 멋과 흥을 지금 시대에 맞게 선보인 '탑건: 매버릭'은 기술의 진보와 극장의 시스템이 차려놓은 밥상에 올려진 빈티지한 옥수저에 가깝다. 새것은 아니지만 새것보다 더 귀한, 세월이 수놓은 클래식의 풍미가 영화 전편에 흐른다. 다소 전형적이고 일면 감정적 과잉이라고 느껴질 수 있는 부분들이 조금도 느끼하지 않은 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솔직함과 정직함 덕이다. 낡은 비행기에 오르는 늙은 조종사의 투혼은 그 자체로 숙연한 감동인 동시에 어떤 슈퍼히어로의 초능력과도 다른 짜릿한 쾌감을 전해 준다. '탑건: 매버릭'은 관객들이 그토록 원하고 바라는 감동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영화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내는 배우가 전편에 이어 36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톰 크루즈라는 것 또한 압도적이다. 긴 세월 동안 매력적인 아이콘이자 전 세계 영화팬을 설레게 한 슈퍼스타인 동시에 성실한 직업인이었던 톰 크루즈는 이 작품과 캐릭터를 온전하게 받아들이고 완전하게 체화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고유명사다. 다시 젊어진 것이 아니라 세월의 무게를 온몸으로 지탱하는 뚝심과 고뇌 그리고 그 주름 위에 새겨진 여전히 매력적인 그의 미소는 곱고 뜨겁게 나이든 배우의 눈부신 숙성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한 '탑건: 매버릭'은 일과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판타지 영화이기도 하다. 펄펄 끓어오르던 젊음의 한복판에서 강철 같은 육체와 비상한 두뇌로 세상과 맞서던 왕성한 혈기에 대한 로망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나이와 세월 앞에서 철야와 특근에도 지칠 줄 모르던 열정 투성이 자신과 예정된 이별을 겪게 된다. 실무직에서 관리직으로, 현장에서 데스크로 위치를 바꿔갈 때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끄덕이는 동시에 '나 아직 건재해!'라는 고요 속의 외침을 부르짖는 전환점은 모두에게 공평한 순간이기도 하다. '탑건: 매버릭'의 주인공 매버릭은 그 전환점 마저 마하 10의 속도로 뚫고 지나가는 인물이다. 터질 것 같은 고통 속에서도,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시선 앞에서도 기어코와 마침내를 해내는 인물, 그것이 객기가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는 인물, 매버릭은 평생 직업을 꿈꾸는 이들 앞에 나타난 어마어마한 판타지의 현신이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탑건: 매버릭'을 보며 소리를 지르고 눈물을 흘리고 영화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바닥난 팝콘통을 휘저었고 어느새 다 마셔버린 콜라의 빨대만 잘근잘근 씹어댔다. 어쩌면 올해 우리에게 더 많은 훌륭하고 근사한 영화들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만큼 극장 안의 관객인 우리를 흥분시키는 영화를 만나기란 어려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우리가 극장이라는 공간 안에서 영화 속의 주인공들과 두 시간 동안 누리고 느끼고 싶은 것들에 대한 정성스러운 보상이 이 영화 속에 거의 다 있다. <진명현 독립영화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전문가)>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48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