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기 있어요] (6)유기견의 역습 ②

[우리, 여기 있어요] (6)유기견의 역습 ②
손놓으면 피해 커질 것… “사회적 논의 서둘러야”
  • 입력 : 2022. 08.29(월) 00: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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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피해 대책 요구에도
포획 방법부터 입장 차 커

“제주특성에 맞는 정책을”

들개 문제의 해법은 간단치 않다. 일반적으로 사람 손을 벗어나 산과 들에서 생활하며 번식하는 '야생화된 개'를 '들개'라고 하지만 '야생동물'로 보기 애매한 탓이다. 현행 야생생물법에는 멧돼지처럼 '인가 주변에 출현해 인명·가축에 위해를 주거나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맹수류'를 유해야생동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에도 들개는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그렇다 보니 동물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유기·유실동물'과 같은 위치에 놓인다. 유기견과 마찬가지로 들개도 포획되면 일단 동물보호소로 옮겨지고 법정 공고 기간이 지나도 분양되지 않으면 안락사되고 있다. 하지만 들개로 인한 가축이나 인명 피해가 이어지면서 별도의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주 야생개 관리 전략서 표지. 호주는 야생개로 인한 피해가 커 다양한 관리 방안과 정책을 내놓고 있다. 사진=제주도 용역 보고서

|들개 문제 어쩌나… 제주도 '관리방안' 용역

이러한 고민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중산간지역 야생화된 들개 서식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연구용역 보고서에서도 읽힌다. 용역을 맡은 제주대 산학협력단(야생동물구조센터)은 국내 법령을 검토하고 해외 사례 등을 살펴 들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제언을 담았다.

연구진은 '야생개'(wild dog)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호주의 사례를 들었다. 호주는 야생개로 인한 피해가 커 다양한 관리 방안과 정책을 내놓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호주의 야생개 관리 전략서에는 야생개를 규정하는 기준과 수년간 연구해 보호단체의 동의를 얻어 만든 관리법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포획틀이나 마취총을 통한 포획 후 관리를 비롯해 울타리와 같은 구조물이나 조명, 경보, 깃발 등 혐오 장치를 이용해 야생개의 접근을 차단하는 방법이 담겼다. 덫을 이용한 포획과 독 미끼로 독살, 총기 사살 등도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방법을 국내에 그대로 가져오는 건 무리가 있다고 봤다. 특히 총기 사살이나 독살, 발목 덫을 이용한 비인도적인 포획 방법은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논의의 여지는 남겨뒀다. 1차적으로 포획틀 등을 이용한 인도적 포획을 시도하는 것을 제안했지만 포획이 안 될 경우 '2차적 방안'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엔 총기 사살 등도 염두에 뒀다. 사람 손을 벗어나 야생에 적응한 들개의 경우 사실상 포획이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주 한라산 둘레길 탐방로에 멧돼지와 들개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지은기자

|"총기 사용도 고려" 언급 놓고 입장 첨예

이러한 제언에 공감하는 측의 이유도 다르지 않다. 들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데도 손쓰지 못해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호진 야생생물관리협회 제주도지부 사무국장은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는 유기견과 달리 들개는 말 그대로 야생화되다 보니 포획틀을 놓아도 들어가지 않는다"며 "사정거리 안에 보이지 않아 마취총으로 잡는 것도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까지 개체 수를 조절하기 위해선 충분한 안내 기간을 거친 뒤 총기 사용도 검토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대 여론도 거세다. 지난해 12월 이 용역 보고서가 발표되자 도내 동물권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들개의 유해야생동물 지정은 물론 총기 사용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엔 "제주도의 반려동물 정책 실패와 반려동물을 돌보는 사람들의 책임 인식 결여"로 불거진 문제라며 모든 피해를 들개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동물보호소를 확충해 인간과 함께 살 수 있도록 순치하고 입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역시 야생화된 개를 길들이기 쉽지 않고 입양 수요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 확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처럼 포획 방법부터 관리 방안까지 입장 차가 확연하다.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순 없다. 지금부터라도 행정과 민간단체, 학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들개 문제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 용역 책임자인 윤영민(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는 "우선 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적극적인 포획'"이라며 "평화의 섬이자 환경수도로 나아가는 제주에 부합하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지금은 별일 아닌 것처럼 뉴스에 간간이 나오는 일(들개로 인한 가축·인명 피해 등)이 문제를 방치했을 땐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제주 중산간 등에서 발견되는 들개. 사람 손을 벗어난 유기견이 들개가 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한라일보 DB

|"들개 포획, 명확한 기준 세우고 유입 차단을"

별도의 관리 방안을 만들 땐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일이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이형주 대표는 "(들개가) 생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만일에 (들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게 확연하다면 인도적인 방법으로 포획하되 피해 확인, 포획틀 설치 등에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개인적으론 이 방법이 맞다고 보지만 현장에선 포획 자체가 어렵고 (야생에 살다) 포획되더라도 동물보호소에 들어가 감금 상태를 힘들어 하는 문제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한 중성화수술 등으로 (들개로의) 유입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할 수 있는 것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들개 문제의 해법은 유기견 문제와 따로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사람들이 키우던 반려견이 유기견이 되고, 이들이 야생에 적응해 살아남아 들개가 되는 악순환이 문제를 키우고 있는 탓이다. 이미 야생화된 개를 포획하는 것만으로는 반쪽짜리 대책에 그칠 수밖에 없다. 유기견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대책과 노력이 필요하다.

윤영민 교수는 "동물등록을 하지 않으면 반드시 과태료를 부과해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마당개는 반드시 목줄을 하고 중성화 하도록 해야 한다"며 "유기견 발생을 억제하는 정책과 들개 관리를 병행하지 않으면 개체 수 감소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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