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곶자왈의 가을

[송관필의 한라칼럼] 곶자왈의 가을
  • 입력 : 2022. 09.20(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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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곶자왈의 가을은 '졸갱이'(으름 열매), '볼레'(보리수나무 열매), '멍'(멀꿀 열매) 등 먹을 것을 따먹으러 다니고, '지들케'(땔감)도 하고, 새(띠)를 베어다가 나람지(벼과식물로 만드는 이엉)를 만들어 지붕도 수선하는 시기이다. 또한 가축의 먹이를 채집하는 등 참 분주히 겨울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다니고, 소나 말들도 겨울 내 마구간(쇠막)에 들어가기 전 살을 찌우는 공간이었다. 이와 같이 현대의 최신과학을 이용한 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의 곶자왈 지역은 나무가 크지 못하고 '촐밭'이나 목장 그리고 키 작은 숲으로 이뤄져 있었고 키큰 숲은 지금과 같이 넓지 않았다.

현재의 곶자왈은 산업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원료의 등장으로 위와 같은 형태의 이용이 이뤄지지 않고 방치됐고 주변으로 조림이 이뤄지면서 키가 큰 숲이 넓게 분포하게 됐다. 숲은 주변의 농경지에 바람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숲의 발달사를 보여주는 중요한 학술적 자료가 되고 있다.

곶자왈 지역의 수림은 한경안덕곶자왈 지역의 문도지오름과 남송이오름 아래쪽에 주로 분포하는 지역과 북오름에서 시작된 상록활엽수림이 있고, 도너리오름 바로 아래의 지역과 노꼬메오름에서 시작된 애월곶자왈, 병악에서 시작된 안덕곶자왈, 민오름에서 시작된 교래곶자왈, 동거문오름에서 시작된 성산곶자왈 등의 낙엽활엽수림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림에 따라 숲의 가을은 다르게 나타나는데 가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은 낙엽활엽수가 우점하는 지역들이며 상록활엽수가 우점하는 지역에서는 가을 정취가 잘 느껴지지 못한다.

곶자왈지역의 낙엽활엽수림은 낙엽활엽수가 우점은 하지만 상록수인 생달나무, 참식나무, 새덕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등이 높이 6~12m 까지도 자라는 개체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에 한라산에서나 내륙에서 느끼는 가을과는 조금 다르다. 특히 곶자왈에는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나무가 분포하고 있지만 제주의 따뜻한 기후와 작은 일교차 때문에 화려한 단풍이 들지 않는다.

우리는 기후의 변화에 따른 환경변화가 이뤄지고 있음을 느낀다. 특히 곶자왈이 분포하는 해발 600m 이하 지역은 완연한 아열대기후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현재 혼효림으로 구성돼 있는 곶자왈 지역은 멀지 않은 미래에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점차 들어와 상록활엽수림으로 바뀌게 될 것이고, 낙엽활엽수림이 우점하고 있는 지역도 상록활엽수와 낙엽활엽수가 혼재하는 숲으로 바뀔 것이다. 또한 비가 많아지고 기온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토양에 영양분이 빠르게 생성되고 이후 숲은 더 빠르게 변모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현재의 곶자왈 이용과 관리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급히 수정해야할 부분은 수정하고, 앞으로 곶자왈을 어떻게 이용·관리하고 보호할 것인가에 대해 깊은 고찰이 필요할 때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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