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 4년 차인 김영은씨는 어디서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제주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한라일보] "제주가 갖고 있는 매력이 있어요. 관광지로서 제주가 가진 풍경과 즐거움에 반하는 것은 잠시 뿐, 그 낭만을 품고 이주하면 실망하게 돼요. 제주에 내가 원하는 방향과 추구하는 방향이 있는가를 잘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영은(32)씨는 2019년 본격 제주살이를 시작한 4년 차 이주민이다. 인연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학에서 뮤지컬을 전공하고 입도 전 공연 기획, 마케팅 등 회사 생활을 지내 왔다. 그러다 지인의 추천으로 당시 유행하던 '제주 한 달 살이'를 실행에 옮겼다.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인근에서 계획했던 한 달 살이는 10개월 살이가 됐고, 이후 2019년 이주한 뒤 현재는 서귀포시 중문동에 머물고 있다.
입도 이후의 삶은 셀 수 없이 다채로웠다. 작은 공간에서 문화 예술을 기획하는 일, 해녀들의 감귤 작업을 비대면 라이브 쇼핑으로 송출해 판매해보는 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감귤 체험 후 촬영한 사진을 결혼 답례품 메시지로 발송해본 경험, 광고 모델까지. 그가 열거한 여러 경험담은 마음 먹기에 따라 이 조그마한 섬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기회를 줄 수 있는지를 증명해내는 듯 보였다.
특히 문화 생활에 대한 이색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제주엔 향유할 수 있는 문화 생활이 없다, 인프라가 부족하다"라는 뭇 도민들의 인식과는 달리 소소한 기쁨과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사계리 소재의 야채 저장소였던 한 카페에서 루프탑 공연을 진행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그는 "지나가는 행인과 가족, 친구 할 것 없이 편안하게 마시고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이게 제주가 가진 매력이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라는 걸 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서울같은 경우 공연을 보기 위해 극장 등 시설이 갖춰진 공간을 찾아가야 하는데, 제주의 장점은 어디서나 문화 생활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해가 뉘엿뉘엿 지는 하늘 아래 루프탑에서 공연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느꼈어요. 구석구석 버려진 공간을 활용할 수도 있어요. 그게 제주의 매력이죠"라고 말했다.
제주에서의 현재와 정착 과정을 설명하던 영은 씨의 말투와 목소리는 우리가 만난 작은 카페의 분위기보다도 고요하고 덤덤했다. 제주의 맛과 사용법을 고스란히 느낄 줄 알고, 제주의 자연은 포근하고 광활하며 풍요롭고 아름답다는 것을 여느 도민보다도 더 잘 알고 있는 힘이 느껴졌다.
"서울에서 계속 머물렀다면 회사에서 경력을 쌓으며 안정적이고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 같아요. 제주에선 예측할 수 없는 일을 많이 해봤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펼쳐지기도 했어요.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였지만 차별화된 컨텐츠를 만들어보기도 했고, 제주에 오지 않았으면 무엇을 했을지 궁금해요.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행복하고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