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철의 목요담론] 제주 자연유산이 예술이라는 옷을 입었을 때

[양상철의 목요담론] 제주 자연유산이 예술이라는 옷을 입었을 때
  • 입력 : 2022. 10.06(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특별자치도의 360여개의 오름 중 가장 특별한 오름은 거문오름이다.

1만년 전 이곳에서 용암이 분출돼 동북쪽 경사진 지형 따라 흘러 거대한 동굴과 울창한 숲이 만들어졌다. 이것이 2007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이다. 그동안 보존을 이유로 출입이 제한됐던 천연의 모습이 지난 1일부터 16일까지 '2022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통해 공개되고 있다.

여러가지 사정과 훼손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세계자연유산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축전기간에 일반에 공개한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세계자연유산은 인류의 것이며 잘 보존해서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주를 다시금 되돌아보고, 그 가치를 깨닫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세계유산축전도 그러한 의미에서 그 중요성을 찾아볼 수 있다.

'세계유산축전-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지난 2020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이후 올해 세 번째다.

세계유산축전은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을 주제로 공연, 체험, 전시, 세미나, 교육, 전문가 워킹투어 등이 이루어진다.

올해는 비대면 행사로 이루어졌던 예년과는 달리 현장탐방이 가능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탐방예약이 치열했다고 한다.

이번 행사에서 여러 축전행사 프로그램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불의 숨길' 아트 프로젝트다.

'불의 숨길' 아트 프로젝트는 용암이 흘러갔던 제주 거문오름에서 월정리 해변까지 26㎞의 길을 따라 펼쳐지는 '제주의 자연·역사·문화적 맥락에 기반한' 장소 특정적 설치미술이다.

설치미술(設置美術, installation art)이란, 1970년대 이후 회화·조각·영상·사진 등과 대등한 현대 미술의 표현 방법 장르의 하나이다. 실내나 야외에 오브제와 장치를 설치하고, 작가의 의도에 따라 공간 구성하고 변화시켜 장소와 공간 전체를 작품으로 체험하는 예술이다.

'불의 숨결' 아트 프로젝트도 국내외 작가 18명이 공간을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체험을 중시한 예술기법으로 16작품을 설치했다.

서예, 페인팅, 사진,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콘텐츠가 접목된 작품이 자연의 품에 있다. 오랫동안 구상하고 몇 달 몇 날씩 작업한 작품들이다. 제한된 인원에게 16일만 공개하고 철거된다 생각하니 참여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없지 않다.

인간은 자연의 정복자이자 파괴자였다.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시대에 자연은 인간에게 생명력을 나눠준다.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과 인간이 교감하는 작품으로 자연에 생명력을 북돋아 준 예술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양상철 융합서예술가·문화칼럼니스트>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44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