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당시 20대.. 선명하게 남은 그날의 기억

4.3 당시 20대.. 선명하게 남은 그날의 기억
22일 국회서 다큐멘터리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상영회
4.3겪은 여성 구술자 생생한 증언 담아
  • 입력 : 2022. 10.23(일) 18:16
  • 국회=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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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

[한라일보] "형무소 이송차량 안에서 경찰들은 '형무소에 가야 살아남는다. 제주에 있으면 죽는다'고 말했다" "제삿날 집에 들이닥친 군인들이 제수 음식을 먹고 난 뒤 성냥을 가져오라고 하고, 집에 불을 붙였다."

제주4·3 당시 20대, 지금은 90세를 훌쩍 넘은 다섯 명의 제주 여인들이 70여년 전 처참했던 기억을 증언하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돼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제주4·3에 대한 여성 구술자의 증언으로 담아 낸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돌들이 말할 때까지'(감독 김경만)가 4·3유족 등이 참석한 가운데 상영됐다. 이 영화는 DMZ 국제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용감한 기러기상을 받았다.

영화는 2016년부터 6년 동안 제주와 서울, 인천, 경기도 등을 오가며 4·3도민연대 관계자들이 피해자들의 구술 증언을 받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에는 1948년 4·3이 일어날 무렵 스무 살 내외였던 다섯 명의 할머니가 등장한다. 이들 중 네 명은 전주형무소에서 복역했다.

가시리에서 4·3을 겪은 박 모 할머니는 "비가 오니까 집 앞에 핏물이 막 내려왔다. 사람 발 소리만 들어도 무서웠다. 아기에게 담요를 씌워 소낭밭에 숨었고, 경찰은 세 마을 집 전체를 다 불태웠다. 숨지 않고 불태우는 것을 본 사람도 다 죽였다"고 처참했던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또 다른 증언자는 "어머니 제삿날이었지만 오빠들과 아버지는 몸을 숨겼고, 혼자 제사를 지내는데 군인들이 와서 밥을 먹고 성냥을 달라고 했다. 없다고 했더니 옆집에서 불씨를 빌려오라고 했다. 불씨를 가져오니 집에 불을 붙였다"고 증언했다.

당시 시어머니와 함께 전주형무소로 이송됐던 송 모 할머니는 "경찰이 시어머니와 나를 서귀포경찰서에서 형무소로 데려갈 때 우리에게 '육지가는 게 낫다. 여기 있으면 죽는다'고 말했다"며 "형무소에서 나는 1년을 언도받고, 시어머니는 석방됐는데, 제주도로 돌아간 시어머니는 결국 경찰이 쏜 총에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상영회 뒤 이어진 감독과의 대화에서 "그동안 120여 명의 인사들을 촬영했는데 이번 작품은 모두 90대 제주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담았다"며 "제주어 장벽을 넘어서고 4·3피해자들을 만나는 데 다리를 놓아 준 4·3도민연대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인천 소년원에 수감됐던 소년수들을 다룬 작품을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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