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의 한라시론] 숨골의 보전관리정책 필요하다

[이영웅의 한라시론] 숨골의 보전관리정책 필요하다
  • 입력 : 2022. 10.27(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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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제주의 화산 지질학적 특징을 보여주는 숨골의 가치와 바람직한 보전관리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라일보 기획탐사 보도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과 연계된 토론회로 도민들이 숨골의 중요성과 보전의 필요성을 공감할 기회였다.

빗물이 빠른 속도로 지하로 유입되는 통로인 숨골은 동굴 천정이 무너지거나 땅 속에 분포하는 절리 등이 지표와 연결된 지질학적 특징을 갖는다. 때문에 많은 비가 오더라도 숨골을 통해 쉽게 지하로 스며들어 지하수 함양량을 높이게 된다. 이는 역으로 오염원들 역시 숨골을 통해 여과없이 지하로 유입돼 지하수의 오염을 부추길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농경 중심의 활동에서 숨골은 농지의 침수를 막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해 왔다. 하천이 발달하지 않은 제주 동부지역의 경우 곳곳에 분포하는 많은 숨골이 하천 대신 배수 기능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홍수 예방은 물론 지하수 함양 및 지하수 오염원 관리의 문제까지 다양한 시각에서 접근해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숨골의 보전과 더불어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이유다.

이처럼 숨골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실상은 매우 부실하다. 제주도는 보전지역 관리조례에서 숨골을 지하수자원 보전지구 1등급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03년 고시돼 현재 지리정보시스템(GIS)에 1등급으로 지정된 숨골은 약 300여개, 필지 면적으로 86만1650㎡이다.

하지만 숨골을 자주 보아온 지역주민들이나 관련 전문가들이 보기에 도내에 분포하는 숨골이 300개에 그친다는 것은 너무나도 부족한 수준이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생태환경 조사에서도 130여개의 숨골이 확인된 것을 보면 현재 제주도가 관리하는 숨골이 턱없이 미미하다는 것을 쉽게 알 수가 있다. 최근 제주도가 정기조사를 통해 관리보전지역 등급변경을 계획하고 있는 내용을 보더라도 숨골로 확인돼 지하수자원 1등급으로 지정 예정인 곳은 단 1곳에 불과하다는 점도 보전관리 정책의 미흡함을 방증한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도내에 분포하는 숨골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를 시작으로 보전관리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농경지, 초지 등 지역주민들의 생활반경에 있는 숨골의 경우 탐문조사를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숨골에 대한 기초조사와 함께 숨골 주변의 오염원 조사가 병행돼야 한다. 숨골은 오염원의 유입 경로가 될 수 있기에 오염원 조사를 통한 차단 대책 및 예찰 활동을 해야 한다.

농경지 내 숨골 관리도 별도 계획을 수립해 추진돼야 한다. 화학비료 및 농약 사용량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정기적인 토양조사를 지원해 비료의 적정 시비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규모 개발사업으로 숨골이 메워져 그 기능이 상실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제주 자연의 숨구멍이 막히거나 오염되는 일이 없도록 보전관리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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