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00)인터벤션 영상의학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100)인터벤션 영상의학
첨단 영상장비로 몸속 보면서 치료… 손상·고통 최소화
  • 입력 : 2022. 11.03(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의학드라마 속 수술 장면은 밝은 조명 아래서 붉은 피가 노출되며 긴장감 넘치게 진행된다. "수술을 해야 합니다"라는 의사의 대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최소한의 절개로 첨단 영상장비를 이용해 몸속을 관찰하며 치료하는 인터벤션 영상의학이 최근 다양한 분야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번 제주인의 건강보고서에서는 제주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남인출 교수의 실제 치료 사례를 바탕으로 '인터벤션 영상의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내·외과 넘나드는 첨단 치료법으로 정착
수술에 비해 안전하고 확실한 효과 장점
제주대학교병원 연평균 약 8000건 시행


투석혈관내에 혈전을 제거하고 좁아진 곳을 넓히는 인터벤션 시술 전후의 모습. 제주대병원 제공

▶고인 것 빼주고=79세 남성 A 씨는 만성 콩팥병으로 4개월 전부터 오른쪽 팔로 혈액투석을 시작했다. 수술 후 얼마간은 동정맥루를 통해 투석이 잘 됐으나 어느 날 투석실에서 혈관이 막혀 투석이 잘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학적 검사와 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동정맥루 투석혈관이 아직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으며 동정맥루 내에 혈전이 가득 찬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투석혈관에 가득 찬 혈전을 제거하고 좁아진 곳을 넓혀 미성숙한 동정맥루에 혈류량을 증가시켜 투석로를 성숙시키기 위해 인터벤션팀에 시술이 의뢰됐다. 시술 시간은 1~2시간 정도 소요됐으며 국소마취로 우측 내경정맥 부위를 마취 후 투석혈관을 직접 천자하지 않고 투석혈관 내에 혈전을 제거한 뒤 좁아진 곳을 넓히자 혈류는 재개통됐다.



▶막힌 곳 열어주고=81세 남성 B 씨는 최근 보름 동안 양다리가 차갑고 아파 응급실을 찾았다. 진찰 결과 이미 왼쪽 발 일부의 피부색이 파랗게 변해있었고 발등동맥의 맥박은 촉지 되지 않았다. 혈관을 정밀하게 보는 컴퓨터 단층촬영(CT angiography) 소견상, 왼쪽 표재대퇴동맥이 약 20㎝ 넘게 막혀있었다. 수술을 통해 막힌 혈관을 열어주거나 우회로를 만들어 줄 수도 있으나 환자의 나이가 많고 다른 여러 기저질환 등에 의해 수술적 치료의 위험이 있어 혈관 내 치료를 하기 위해 인터벤션팀에 시술 의뢰됐다. 오른쪽 총대퇴동맥 부위를 국소 마취한 후 5~6시간에 걸친 시술 후에 왼쪽에 막혀 있는 혈관을 모두 뚫고 원래 길로 풍선확장술 및 스텐트 삽입술을 시행해 혈관이 재개통됐고 발등동맥의 맥박도 돌아왔다.

혈관이 터진 후 혈액이 주머니처럼 주변 조직으로 둘러싼 환자에게 인터벤션 시술을 통해 지혈을 실시한 전후의 모습. 제주대병원 제공

▶피나는 곳 막아주고=69세 여성 C 씨는 자궁경부암이 방광으로 침윤된 상태로 항암치료를 진행하며 생활하다 혈뇨가 지속돼 병원에 내원했다. 혈뇨가 매우 많아 수술을 통해 지혈하고자 했으나 지속적인 혈뇨로 방광경을 통한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고 지혈이 불가능해 인터벤션팀에 응급 색전술이 의뢰됐다. 혈관조영검사에서 우측 내장골 동맥에서 방광으로 가는 동맥분지 중 일부에서 호두알 2~3개 크기 정도의 커다란 가성동맥류 2개와 방광 내로의 출혈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성동맥류는 혈관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병변처럼 보이지만 실제 혈관이 부풀어 오른 것이 아니라 혈관이 터진 후에 혈액이 마치 주머니처럼 주변 조직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이는 혈관 손상 및 출혈을 시사하는 위급한 상황이다. 이 환자에게는 가성동맥류와 출혈이 있는 미세혈관을 초선택해 혈관 내 색전물질을 적절히 사용해 지혈했다. 이후 혈뇨는 멈췄으며 활력징후는 안정화됐다.

인터벤션 영상의학은 중재 영상의학이라고도 하며 환자의 의학적 문제를 비침습적으로 해결해 환자와 임상 의사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다주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영상의학과의 인터벤션 전문의가 혈관조영실에서 다양한 시술을 시행하며 혈관촬영기라는 특수 검사장비에 환자를 눕힌 후 카테터와 조영제를 이용해 막혀 있는 혈관을 뚫거나 혈전 혹은 색전 제거술,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삽입술 등을 시행한다. 또한 출혈을 일으킨 동맥을 찾아내 미세 카테터를 통해 초선택해 출혈 동맥에 색전물질을 주입해 지혈한다. 앞서 소개한 다양한 환자들의 문제를 임상 각 과와 적절히 협진해 최소 침습적인 방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인터벤션 영상의학적 치료는 앞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환자의 병을 고칠 때 내과적인 치료로는 부족하고 외과적인 수술은 위험 혹은 과도하거나 불가능한 경우에 최신 영상장비를 이용해 환자의 몸속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카테터 등의 의료기구로 최소 침습적으로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 및 치료할 수 있는 첨단 치료법이다.

인터벤션 영상의학은 영상의학과 의사가 수행하는 질병의 진단을 뛰어넘어 치료의 단계까지 보다 안전하고 정확한 치료의 길을 열어가고 있다. 인터벤션 치료는 기존 수술에 비해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첫째 칼을 이용한 개복술이나 전신마취를 하지 않고 국소마취로만 시술하기 때문에 더 안전하고 전신마취의 위험부담이 없다. 둘째 몸에 2~3㎜ 굵기의 가느다란 관이 들어갈 정도의 아주 작은 구멍만을 뚫기 때문에 흉터를 최소화할 수 있고, 고통 또한 수술보다 훨씬 적다. 셋째 첨단 영상장비를 통해 사람의 몸속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질병을 치료하기 때문에 정확하며 효과도 확실한 장점이 있다. 넷째 수술에 비해 회복과 퇴원이 빨라 조기에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현재 인터벤션 영상의학적 치료법은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큰 범위에서 종양 인터벤션 분야, 혈관 인터벤션 분야, 비혈관 인터벤션 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암 치료 등의 종양을 다루는 종양 인터벤션에는 간암에 대한 간동맥 화학색전술과 고주파 열치료술, 자궁근종 색전술, 양성전립성비대증의 색전술, 그리고 다양한 종양에 대한 경피적 조직검사법 등이 있다.

혈관 질환을 다루는 혈관 인터벤션에는 대동맥류나 대동맥 박리에 대한 인조혈관 피복 스텐트 설치술, 동맥경화에 의한 혈관 협착이나 폐쇄에 대한 혈관 성형술, 생명을 위협하는 동맥 출혈에 대한 혈관 내 지혈술, 간경변 환자의 위장관 출혈에 대한 지혈술, 동맥이나 정맥 속의 혈전 제거술, 대정맥 필터 설치술, 혈액투석을 위한 동정맥루의 재개통술, 하지정맥류의 치료, 중심정맥관 삽입술, 림프관 조영술 및 색전술 등이 있다.

남인출 영상의학과 교수

비혈관 인터벤션에는 암이나 염증으로 인해 발생한 식도, 위장관 또는 대장의 협착에 대한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설치술을 비롯해 간의 담관 폐쇄에 의해 생긴 황달에 대한 담즙배액술 및 담석제거술, 급성당남염에 대한 담낭배액술, 농양의 경피적 배액술, 흉수나 복수의 배액술, 신루형성술 및 스텐트 설치술 등과 같은 각종 카테터 삽입술과 다양한 물혹에 대한 경화치료법 등이 있다.

그 외에도 외상 환자에서의 치료를 목표로 하는 외상 인터벤션, 간문맥 및 간이식과 관련된 인터벤션 등이 있으며 최근 연구되고 있는 분야로는 만성 관절통이 있는 환자에서 통증을 유발하는 혈관을 찾아 색전하여 통증을 경감시키는 방법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인터벤션 영상의학적 치료가 매우 다양한 치료를 담당하고 있고 인체의 손상과 고통을 최소화하는 최소침습적 치료인 동시에 수술적 치료에 버금가는 치료 성적을 보이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병원 내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제주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인터벤션 클리닉에서는 최근 한 해 평균 약 8000건의 인터벤션 치료가 시행됐으며 이는 2008년 개원한 이후로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학병원에서 인터벤션 전문의는 영상의학적 전문지식과 첨단 인터벤션 치료술을 모두 숙지해 적절한 인터벤션 치료를 수행하고 다른 임상 전문의들과의 협진을 통해 환자에게 올바른 진단과 최선의 치료법을 제시하며 임상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학생 및 전공의 교육과 후학을 양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김도영기자

<제주대학교병원·한라일보 공동기획>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8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