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너에게 닿기를

[영화觀] 너에게 닿기를
  • 입력 : 2022. 11.18(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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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로즈'.

[한라일보] 사랑은 두 사람만의 언어로 이뤄진다. 그것은 말을 통해서도 가능하고 몸짓만으로 충분하기도 하다. 때로는 눈이 둘 사이에 긴밀한 요새가 된다. 그렇기에 그 관계는 눈빛의 교환을 눈치챈 타인에게 쉽게 발각된다. 대개 사랑하는 사람들의 눈은 그 표적이 되기도 하는데, 눈은 자신의 불안함과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그대로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초조와 불안에 시달리다 상대를 외면하고 끝내는 감아버리는 눈을 여러 차례 마주하며 나는 이 영화 앞으로 가까이 몸을 내밀었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국내외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았던 루카스 돈트 감독의 영화 '클로즈'가 최근 폐막한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됐다. 청소년기의 성 정체성을 다룬 이 작품은 두 소년 사이에서 피어나던 아름다운 것들이 차마 개화하지 못한 채 떨어지는 순간들을 예민하고 섬세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레오와 레미, 두 소년은 너른 꽃밭을 뛰어다니고 서로의 집을 오가며 학교 가는 길을 함께 달리는 그들은 둘이 있을 때 가장 행복해 보인다. 호기심과 조바심을 함께 담고 있는 소년들의 눈동자가 클로즈업으로 스크린에 담기는 순간은 관객들의 미동마저 허락하지 않는 감정의 스펙터클이 펼쳐진다.

하지만 소년들이 자리하는 세상이 넓어질수록 생동하던 모든 것들이 거센 저지 앞에 흔들린다. 너희 둘의 관계를 규정하라는 타인들의 질문들은 폭력이 되고 그 폭력에서 태어난 두려움과 혐오는 뒤엉킨 채 멈추지 않고 몸집을 불려 간다. 입을 벌려 사랑이라고 말하는 일이 뭐가 그리 어려울까 싶지만 사랑을 말한 순간 둘의 모든 것들은 예전과 같지 않아 질 것임을 레오와 레미는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두려움이 더 큰 한쪽이 먼저 상대에게 거리를 두고 눈을 감고 마음을 닫기 시작한다. 앞으로의 사랑을 잃는 것 이상으로 지금까지의 사랑까지 부정당하는 것이 견딜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에. 영어 단어인 close는 형용사로 시간적, 공간적으로 '가까운', 동사로 '감다', '닫다', '덮다' 등의 뜻을 가진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가까워지는 순간 감거나 닫는 혹은 덮어버리는 일들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어느 순간 우리의 마음이 서로를 향해 점점 더 커져 몸이 부딪히고 눈이 마주치며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가까워지는 경험을 사랑이라고 한다면 영화 '클로즈'에서 레오와 레미가 나눴던 시간들은 사랑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남을 수 없는 세상이라면 그곳에 사랑이 존재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클로즈'는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성장 영화인 동시에 냉혹하리만큼 고통스러운 퀴어 영화다. 사랑 앞에서 거짓을 말하는 것이 익숙해진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눈을 감고 마음을 닫고 거리를 벌리며 살아간다. 그렇다면 이 거짓을 반복하는 것은 과연 당연한 일인가. '클로즈'의 마지막 장면에서 소년은 관객들을 향해 눈으로 묻는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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