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제주와 그린수소 경제] 제주, 그린수소로 달린다

[특집/제주와 그린수소 경제] 제주, 그린수소로 달린다
  • 입력 : 2023. 01.02(월) 00:00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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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수소 생산 최적지 제주
2023년 그린수소 원년 추진
'수소 도시' 평택 사례 통해
제주 계획 실현성 더해야




제주특별자치도는 최근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 허브를 구축하고, 제주를 수소경제에 기반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과잉생산된 재생에너지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를 만들어 산업·가정 냉난방까지 활용하는 수소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화석연료에 화학반응을 가해 만들어지는 그레이·블루 수소와 달리 그린수소는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물로부터 얻는 것이어서 생산 과정 전후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다.

풍력·태양광 등 재생에너지가 과잉 생산돼 출력제어까지 이뤄지고 있는 제주는 그린수소 생산의 최적지로 주목받고 있다. 제주의 수소경제 추진 계획과 실제 수소(블루)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평택시의 현황을 살펴보고, 제주의 해결과제는 무엇인지 점검해본다.



그린수소로 가정 냉난방까지

산업통상자원부와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9월 29일 제주 CFI(Carbon Free Island) 미래관에서 개최한 국내 최초 10MW급 이상 대규모 그린수소 실증사업 착수 및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 발표 기념행사.

민선8기 제주도정은 지난 9월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계획을 발표했다.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와 연계해 잉여 재생에너지를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로 전환하는 그린수소 생산단지를 건설하고, 유통·보급체계를 구축, 공공영역을 시작으로 산업·가정 냉난방까지 활용할 수 있는 수소경제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그린수소 초기 생태계를 다지고 2030년까지 거점별 생산지와 충전소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로 물의 전기분해를 통해 얻어지는 수소다. 생산 과정 전후 탄소가 전혀 배출되지 않아 궁극적인 친환경 수소로 여겨지고 있다. 다만, 생산비용이 높은 편이다. 그린수소 생산단가는 약 9000원/kg으로 천연가스(LNG)의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화학반응 시켜 얻은 그레이 수소(약 1500원/kg)나 블루수소(약 2700~5100원/kg) 보다 비싸다.

제주도는 그린수소 생산·저장 실증단지를 전국 최초로 구좌읍 행원리 일원에 조성하고 있다. 이곳 3MW 규모 생산단지에서는 약 200kg/일의 그린수소가 생산돼 도내 수소버스 등에 활용된다. 또 환경자원순환센터 인근에 12.5MW 생산설비도 구축될 예정으로 센터를 경유하는 청소차를 수소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보급 인프라의 경우 조천읍에 국내 1호 그린수소 충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제주도는 향후 서귀포 지역에도 신규 그린수소 생산단지와 수소 충전소를 구축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수소는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고, 친환경에너지로 탄소중립 실현에 기여하며, 전후방 산업에 파급효과가 큰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수도권 수소 공급 허브 평택 생산기지

평택시 수소도시 모델 구상도(평택시청)

지난 9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포승지구국가산업단지에 건설된 평택 수소생산기지(제조시설과 부대시설 포함 용지면적 1만2984㎡)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전국 최초의 중·대규모 수소(블루)생산시설로 평택시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한국가스기술공사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된 사업이다.

평택 수소생산시설은 2019년 12월 산업통상자원부 공모사업으로 선정돼 국·도비 79억, 시비 70억, 민간 81억 등 총 2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1일 최대 7톤(넥소 자동차 1200대 1일 완충가능), 연간 약 2450t의 수소를 생산하는 시설로 공공에서 추진하는 사업 중에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소는 LNG를 활용해 생산되는 블루수소다. 포승읍 LNG 기지 옆에 수소생산기지가 조성된 이유다.

평택시는 지난 4년간 수소도시 조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평택시는 산업도시로 미세먼지, 특히 환경문제에 취약하다. 또 이곳에 몰려있는 에너지 시설은 주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기존 에너지 시설도 활용하면서 탄소 배출도 줄이는 해결책으로 수소를 주목한 평택시는 수소시대를 열어가는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포부다.

평택시는 지난 9월 국토교통부에서 추진하는 수소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전국 최초로 수소특화단지, 수소항만, 수소도시가 융합된 수소복합지구 조성을 통해 세계적인 수도도시 선도 모델로 육성해간다는 계획이다.



제주 도민수용성·생산 단가 등 과제

그린수소 글로벌 허브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오영훈 도지사(제주도청)

제주도는 그린수소 계획을 추진하면서 수소도시에 대해 도민의 이해와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수소의 안전성과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도민들이 납득할 수 있어야 사업 추진 동력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소 자체는 산업 전반에 걸쳐 수십년간 사용해 온 가스로 다른 에너지와 같이 안전관리 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돼있다고 평가한다. 전문기관에 따르면, 수소의 종합적인 위험도(자연발화온도, 독성 등) 결과 도시가스보다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김종진 한국가스기술공사 수소인프라운영부 과장.

그럼에도 평택 수소생산기지 역시 주민들과 협의하는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 지난 20일 평택 수소생산단지에서 만난 한국가스기술공사 수소인프라운영부 김종진 과장은 "주민들은 기존 위험시설도 많은데 왜 자꾸 새로운 것이 들어오느냐며 난색을 드러냈다"며 "하지만 수소기지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평택시가 주민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면서 건립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린수소의 경우 천연가스로 만드는 블루수소보다 단가가 2배 정도 높다는 점도 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평택수소생산단지는 LNG를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하는데 최근 국제정세 영향으로 천연가스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수소 판매 단가가 높아지고 있다.

김 과장은 "제주도의 그린수소는 LNG가스 단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데다 풍부한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는 유리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평택의 경우 수도권을 수소 수요지로 활용할 수 있는 반면 제주 내륙으로 수송하려면 수송단가가 올라가 시장 확대는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과장은 "국내 수소 소비의 50% 이상이 수도권이어서 평택은 수요지가 무궁무진하다"며 "제주가 태양력과 풍력의 잉여에너지를 활용해 그린수소를 도민들이 난방용, 도시가스 대체하는 등 생활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경쟁력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미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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