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0] 2부 한라산-(26)두무오름

[제주도, 언어의 갈라파고스 30] 2부 한라산-(26)두무오름
두무오름의 '두무'는 우리말 ‘두목’… 영어 ‘돔’에 대응
  • 입력 : 2023. 02.28(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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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무는 '두목' '우두머리'
'으뜸'과 같은 말

[한라일보] '두무'라는 말을 지금도 사용할까? 아쉽게도 이 말을 찾기가 만만찮다. 이게 문제의 출발이기도 하다. 이와 대응되는 말은 없을까?

두목(頭目)이라는 말이 있다. 오늘날에는 '패거리의 우두머리' 혹은 '여러 사람을 거느리는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사용한다. 그런데 이 한자가 이상하다. 머리 두(頭) 눈 목(目)의 합성어 두목이라니, '머리에 난 눈'이라는 뜻일까? 어떻게 봐도 우두머리라는 뜻과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이 말의 중국어 발음은 우리 발음과는 아주 달라서 두목으로 들리지 않는다. 중국어 두목(头目)은 한자는 같으나 발음은 '더무(toumu)'라고 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도 '목(目)'의 훈독자는 '메'다. 그러니 이 한자는 '두무'를 훈가자로 표기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북방의 여러 언어에서 우두머리라는 뜻으로 '두무'라고 하는 것을 한자를 차자해 표기했다는 뜻이다.

두무오름.(한라산을 지칭하는 이름 중의 하나)

그런데 아주 유사한 의미로 쓰는 말이 또 있다. 바로 국어 '우두머리'다. 퉁구스어, 일본어에도 나오는 '우타' 혹은 '우타무'는 '머리 꼭대기(top of head)', '머리(head)'를 의미한다. 원퉁구스어로 '우투묵'은 '뒷통수'를 나타내는데 에벤키어 '우투묵', 에벤어 '으트므흑', 오로크어 '우투무'로 나타난다. 일본 고어 '아타마'는 머리 꼭대기 혹은 머리다. 도쿄어와 교토어로는 머리, 가고시마어로는 머리 꼭대기를 지시한다. 현 일본어 '아타마'는 머리를 나타낸다.

우리말 고어에서 '우드'는 머리 혹은 머리 꼭대기로 나타난다. 중세어에서 '우드'는 머리, 현대어에서는 '우두머리'가 머리 꼭대기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걸 한자어로 소의 머리를 나타내는 '우두(牛頭)'로 착각하기 쉽다. 간혹 사극에서 쇠뿔 달린 투구를 쓰고 나오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바로 이런 오인 때문이다. '우드'는 '으뜸'이란 말로도 계승됐다.

로마의 피터스 바실리카 대성당의 돔.(위키피디아 제공)

'두무'는 유럽어에서
같은 뜻으로 널리 파생


영어에 돔(dome)이라는 말이 있다. 활처럼 휘어진 곡선을 이루는 지붕이다. '반구' 혹은 '하늘'을 의미하거나 '신의 집'이라는 뜻도 있다. 중세 프랑스어 '도메(dome)', 현대 프랑스어 '돔므(domme)', 이탈리아어는 '두오모(duomo)'인데 이 말은 라틴어 '도무스(domus)'에서 왔다. 고대 그리스어에서 차용한 언어로 추정되고 있다. 그 외 언어에서도 독일어(dom), 루마니아어(dom), 헝가리어 및 슬로바키아어(dom), 프랑스어(dome), 푸르투갈어(domo), 라트비아어(doms), 폴란드어(tum), (덴마크어 및 노르웨이어(domkirke), 아이슬란드어(domkirkja), 스웨덴어(domkyrka), 에스토니아어(toomkirik), 핀란드어(tuomiokirkko)에서도 유사한 단어들이 있다.

현대어에서 돔은 둥근 지붕, 사발을 엎은 모양이라는 뜻으로 케이크 돔, 용암 돔이라는 말에서 쓰고 있다. 그 외로는 '(사람의) 머리'라는 뜻으로 쓴다.

'돔'이 '머리(head)'를 나타내는 말로도 쓴다는 것은 흥미로운 대목이다. 한라산을 두무(頭無), 두모(頭毛), 두모(豆毛), 둠(圓)으로 지칭한 때가 있었다. '가장 높은 곳의', '꼭대기의', '정상의'의 뜻으로 쓴 것이다. 이런 내용은 퉁구스어권, 몽골어권, 돌궐어권은 물론 아이누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관계로 본다면 한라산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두무'는 유럽어에서 '두오모' 혹은 '돔'의 형태로 파생한 것이다. 이 말은 머리를 의미한다. 신체에서 가장 높은 부분, 사고력, 이끌다, 책임자, 조직의 수장을 의미한다. 알타이 제어에서도 '두무'가 같은 뜻을 나타낸다.

미국 국회 의사당의 캐피톨 돔. 캐피톨은 '머리', '정상'을 의미하는 라틴어 카프트(caput)에서 유래했다. 캐피톨 돔이란 결국 머리 중에서도 꼭대기를 상징한다.

두무오름의 '두무', 유럽어
‘두오모' 혹은 '돔'은 같은 의미
‘가장 높은’ '꼭대기의' '정상의'

그리스어 두무스(Dumus)에 기원한 이탈리아어 '두오모(duomo)'는 대성당을 가리키는 이탈리아 용어다. 라틴어 도무스(Domus)가 어원이다. 많은 사람이 교회의 정식 명칭과 별개로 특정 교회를 단순히 두오모라고 부르고 있다. 옥스퍼드 사전에서도 '두오모'라는 단어는 '집'을 의미하는 라틴어 도무스(domus)에서 파생했다고 나온다. 대성당은 '신의 집', '성전' 또는 '도무스 데이'를 의미한다. '주교의 집'이라는 의미도 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돔은 고대 페르시아와 헬레니즘-로마 세계의 하늘과도 관련이 있다. 원은 완전함, 영원, 하늘을 상징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건축과 성합(ciborium, 성체를 모셔 두는 뚜껑이 있는 그릇)에서 돔을 사용했다. 이슬람 초기에 돔은 왕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예를 들어, 모스크의 미흐랍 앞에 지어진 돔은 적어도 처음에는 왕실 행사에서 왕자의 위치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러한 돔은 주로 장식이나 기도의 방향을 위한 초점이 되었다. 영묘에 돔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왕실의 후원을 반영하거나 특정 장례식 의미를 갖는다기보다는 돔이 상징하는 명예와 위신을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징성은 오늘날에도 '가장 높은', '꼭대기의', '정상의'의 뜻이 더해지면서 내려져 오고 있다.

왜 제주도에는 '두무'라는 단어가 남아 있을까? 같은 뜻을 누구는 '두무'라 하고, 누구는 '우두머리'라 할까? 이들은 각각 어디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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