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어떤 지역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 하나로 교통 접근성을 꼽을 수 있다. 섬이라는 환경적, 지역적 특성을 가진 제주도에 있어 항공과 선박이라는 교통수단을 제외하고 대체할 교통수단이 전무하기 때문에 더욱 민감한 문제일 것이다. 저가항공사(LCC)의 출범 이후 제주를 찾는 관광객과 투자자들이 다수 유입되면서 국내외적으로 제일 혼잡한 것으로 알려진 제주국제공항의 확장 또는 제2공항 추가 건설에 대한 논쟁은 이미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산업 구조상 큰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사업의 축소를 감수한다면 모를까 교통 접근성의 개선은 필수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반면, 자연환경보호에 대한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최근에는 환경부가 국토부의 '제주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에 '조건부 동의'라는 결론을 내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환경부에서는 행정계획을 확정하기 전 국토교통부가 두 차례 보완해 제출한 전략 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바 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행정기관이 개발이나 건설 같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행정계획을 세울 때 환경부와 미리 협의하는 제도이다. 이번에는 환경부에서 주민 의견수렴 계획을 세우고, 조류 충돌 대책과 '숨골' 보전 방안 등을 마련하라는 조건으로 동의를 해준 것이다. 환경부가 반대 입장에서 조건부 동의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제주 제2공항 건설을 둘러싼 찬반 대립은 다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21년 제주도민과 대상지인 성산읍 주민을 대상으로 제2공항 건설에 대해 찬반 여론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제주도민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공항 건설 반대 여론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에서는 반대가 51.1%, 한국갤럽조사에서도 반대가 47.0%로 모두 찬성 의견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제주 제2공항 예정지 인근의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엠브레인퍼블릭과 한국갤럽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각각 65.6%, 64.9%로 반대(33%, 31.4%) 의견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 결과 대체로 찬반이 팽팽하므로 사업추진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개발과 관련된 현상에 대해 님비(Not In My Back Yard) 또는 핌피(Please In My Front Yard) 등으로 설명하곤 한다. 둘 다 지역이기주의를 의미하는 단어지만 님비는 혐오시설 등을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설치를 꺼리는 현상이며, 핌피는 지역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각종 대형사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려 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러나 제주 제2공항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을 님비 또는 핌피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지역의 발전과 자연환경보호 둘 다 놓칠 수 없는 제주의 소중한 미래가치이기 때문이다. 모쪼록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 원만히 해결되기를 기대해 본다.<이호진 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