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고독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법

[책세상] 고독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법
최승호의 '마지막 눈사람'
  • 입력 : 2023. 03.17(금) 00:00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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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지막 눈사람'은 '눈사람 자살 사건'의 최승호 시인이 최근 펴낸 어른을 위한 우화다.

시인이 '작가의 말'에서 말하듯 "이 책은 우리 은하계의 한구석에 있는 어느 별의 죽음에 관한 짧은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눈사람"이다. 독자들은 책에서 끝없이 엄습해 오는 고통과 좌절을 고독으로 버틴 눈사람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 눈사람'은 눈사람이 절망하는 그로테스크한 동화다. '이솝 우화'나 '동물 농장'이 보여준 기존의 우화 방식을 그대로 따르지 않고, 자신의 몸이 얼어붙는 듯한 은유로, 깊은 슬픔과 고통의 기록으로, 문명의 폭력에 죽어 가는 생태의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

우화 전체를 감싸는 작가의 그로테스크적 상상력은 현실의 모든 경계를 무너뜨린다.

눈사람의 죽음은 단순히 생명이 없어지는 죽음과는 다른 것이다. 작가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독자들과 함께하려고 한다.

책은 27개의 장면을 상단과 하단으로 구성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상단에서는 빙하기 지구에 홀로 남은 눈사람의 독백이 한 편의 이야기처럼, 하단엔 눈사람의 상황과 직간접으로 연관성이 있는 작은 서사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단의 이야기는 눈사람의 말로도 들리고, 또 다른 등장인물로 느껴지기도 한다.

류신 중앙대 유럽문화학부 교수는 해설에서 "우리는 소통이라는 핑계로 새로운 관계 맺음에 집착한다. 하지만 정작 자기 자신과의 대화는 회피한다. 잠시라도 고독을 참지 못해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뿐"이라며 "고독은 내면의 진솔한 목소리를 경청할 수 있는 청진기이다. 절대 고독은 자아를 세상 전체와 독대하게 만든다. 단독자로서 무변광대한 우주와 마주 서라!"라며 마지막 눈사람의 목소리를 전한다.

출판사도 "작가는 어떤 거짓된 위로도 거부하며 고독을 정직하게 직시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소개한다. 그림 이지희. 상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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