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제주도의 시간이 온다'는 말로 현혹하지 말라

[고대로의 백록담] '제주도의 시간이 온다'는 말로 현혹하지 말라
  • 입력 : 2023. 04.03(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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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 제2공항 문제는 7년 동안 도민사회에 찬반 갈등이 첨예한 현안이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 평가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선돼야 할 것은 제주도민들의 자기 결정권 보장이다."

오영훈 제주지사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선 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제2공항 건설 사업 갈등 해소책이다. 이때만 해도 오 지사가 제2공항과 관련해 이전 원희룡 제주도정과 다른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것이라는 도민들의 기대감이 컸다.

이런 기대감은 조금씩 균열을 보이다가 지난달 한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환경부가 지난달 6일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을 '조건부 동의' 하자마자 국토부는 이틀 만에 '제주 제2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안)'을 고시하고 제주도의 의견 제시를 요청했다. 제주도는 국토부의 요청을 받자마자 3월 9일부터 5월 8일까지 주민 의견 수렴절차에 들어갔다. 국토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오 지사의 말은 거짓이 돼 버렸다.

제주도민들의 알권리 보장 차원에서 제2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내용의 부실 여부를 검증하고 도민들에게 이를 알려줘야 하지만 이 문제를 제2공항건설 반대 단체로 떠넘겨 버리고 방관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토부는 도민 의견수렴 후 각 부처 협의를 거쳐 제2공항 기본계획안을 최종 고시할 예정이다.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고시되면 제2공항 건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제주도는 제2공항 기본계획안이 고시되면 '제주도의 시간이 온다'는 말로 도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국토부에서 기본계획안을 고시하더라도 제2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제2공항 건설 사업 환경영향평가 동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버스가 지난 다음에 손을 흔드는 것과 같은 아주 어리석은 짓이다.

제주도의회가 환경영향평가 심의 과정에서 한두 번 제동을 걸수 있지만 제2공항 건설 자체를 중단시키지는 못한다.

오영훈 지사가 줄곧 강조해온 도민들의 자기 결정권 보장도 암울하다. 도민사회에서 국가의 간섭 없이 우리 스스로 제2공항 건설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주민투표를 요구하고 있으나 국토부에서 불수용할 경우 이를 관철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원희룡 국토부장관은 이미 주민투표 불수용 의사를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도의회에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있다"며 "도의회에서 부동의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고 답변했다.

국토부의 일방적인 독주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오영훈 제주도정은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제주 제2공항 건설 문제를 주도적으로 나서 풀어나가야 한다. <고대로 정치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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