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금탁의 백록담] '정치작물의 힘'… 1차산업이 위태롭다

[백금탁의 백록담] '정치작물의 힘'… 1차산업이 위태롭다
  • 입력 : 2023. 04.10(월) 00:0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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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의 정치작물은 '감귤'이고, 중앙 정치권의 정치작물은 국민의 주식인 '쌀'이라 할 수 있다. 특정 농작물이 정치적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는 점에서 씁쓸하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여당인 국민의힘은 쌀 수급대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결정이 겉으로는 농민을 위한 쌀 가격 안정화를 주된 목적이라지만 그 속내는 농산물 수입 확대 및 개방에 있다.

이러한 와중에 국민의힘 민생특위위원장 조수진 의원의 발언은 국민 여론과 정치권을 자극했다. 그 내용은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밥 한 공기 다 비우기' 캠페인을 제안한 대목이다. 문제를 너무 쉽게 판단해 내뱉은 '실언'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 소속 김성주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이런 코미디가 없다. 국민의힘은 '먹방의힘'으로 당명을 변경하는 게 낫겠다"고 썼다.

이번 거부권 행사와 실언 논란에 대해 민주당은 민생을 등지는 처사이며,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하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농민들도 들고 일어섰다. 이들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농업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며 쌀 수요 감소에 따른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농민의 생명줄인 쌀값을 정쟁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집중 비판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은 마늘과 월동채소를 재배하는 제주밭작물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전국의 쌀 재배농가에 지원되는 타 작물 재배에 따른 정부 지원이 그것이다. 때문에 수년전부터 제주산 마늘농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제주의 척박한 밭과 쌀 주생산지의 비옥한 논에서의 농사를 짓기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제주는 돌이 많아 기계화 작업이 어려운 반면 토질이 좋은 논에 재배하는 마늘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기계화가 가능하다. 생산비와 노동력에 대한 경쟁력 차원에서 제주는 상대적으로 열세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과잉생산으로 매년 악순환을 되풀이하는 월동무와 양배추 등 제주밭작물의 가격을 난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특성상 물류비 부담이 가중된다. 여기에 타 지역에서 쌀을 대신해 정부 지원을 받고 제주에서 생산하는 채소를 대량 생산해 유통한다면 제주농업은 경쟁력을 잃고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실제로 전국의 논에서는 생산성이 떨어지는 벼를 대신해 제주의 주요 밭작물인 감자, 콩, 마늘 등 대체작물을 재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쌀 대체작물에 대한 향후 정부의 지원 정책 확대는 전국의 지역 특산물의 지형도를 바꾸기에 충분하다. 하나의 잘못된 정책이 우리나라 전체의 농업을 망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한 깊은 고민을 간과했다. 일선 현장에서 목숨처럼 농작물을 재배하고 지키는 농민들의 간절함을 정부와 정치권은 정쟁의 논리만을 갖다 대고 있다. '농자천하지대본', 농업이 국가 유지의 근간임을 명심하고, 농업은 나라의 안정을 유지할 수 있는 힘임을 결코 망각해선 안 된다.<백금탁의 제2사회부장 겸 서귀포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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