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전국적으로 봄철에는 송화 가루, 미세먼지 등으로 대기가 흐릿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오늘 출근하면서 본 4월의 아침은 한라산이 가깝게 느껴진다.
한라산이 뚜렷하게 보이는 날에는 왠지 더 좋은 일들이 많고 하는 일들이 잘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아마도 제주라는 공간에 함께 공동체로 살아가고 있는 대부분은 필자와 같은 생각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제주도민 그리고 관광객들 모두 하루의 아침을 맞이하지만 보는 사람의 연령, 기분, 바라보는 위치, 시간에 따라서 아침을 맞이하는 시각과 생각, 판단들은 다양하게 존재한다.
최근 제주에서도 사람 중심의 도시환경을 만드는 것에 대해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도민들의 생활권을 고려한 15분 도시를 도민들의 참여를 통해 어떻게 할 것인지를 진행 중이다. 우리는 양적 성장을 중요시하던 산업화 시대를 거쳐 지금은 삶의 질을 우선으로 하는 질적 성장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앞으로는 우리의 삶의 공간을 조성할 때 물리적 환경, 정책, 제도 모두 사람을 중심으로 계획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위한 노력과 정책들이 의미 없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노력과 정책들을 이어받아 앞으로는 사람을 중심으로 지속가능하며 사람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물리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서 도로는 차도와 보도로 구성되는데 도로를 구성할 때는 우선적으로 차도를 고려하고 도로의 폭원이 일정 이상 확보되면 보도를 설치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따라서 현재 도로설계기준으로는 보도를 확보할 공간이 없다면 사람들은 보도가 아닌 차도로 다니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사람 중심의 사회에서는 차량 이용자가 불편해지고 보행자들이 편리해지는 방안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는 보도공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설계기법상의 고민, 운영상의 개선, 제도적 뒷받침 등 모든 분야의 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다. 기존에 정해져 있는 기준과 원칙만 고수한다면 사람 중심의 물리적 도시환경 구성은 요원해질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각자의 아침을 맞이하면서 제주라는 물리적 공간 안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개인적인 생활과 공동의 생활을 가지며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각자를 위한 도시의 기능과 함께 공동체를 위한 도시의 기능과 시설에 대한 고민을 통해 더욱 안전하면서 효율적인 사람중심의 제주를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제주에서는 사람 중심의 도시공간이 꼭 실현되면 좋겠다.
한라산을 바라보면서 시작할 수 있는 제주의 하루는 참 좋은 것 같다. 오늘도 사람 중심의 도시공간에서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기를 기대한다.<이성용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