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4·3과 여성 4,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

[이 책] 4·3과 여성 4,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
당당히 물살을 헤쳐나간 그들의 숨비소리
  • 입력 : 2023. 04.14(금) 00:00  수정 : 2023. 04. 16(일) 19:28
  • 오은지 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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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못 배운 것이 한이지 한.

할머닌 자꾸만 "물에 들라, 물에 들라"해도

난 어리니 물에 들 줄을 몰랐어. 열 살도 안 됐잖아."

-본문 중-




[한라일보] "4·3의 폭풍 속에서 생과 사를 넘었고, 바다에서 생과 사를 넘나들던 여성들, 그렇게 한 시절을 견디고 살아낸 8인의 해녀들의 숨비소리가 여기 있다."

책을 펴내며 제주4·3연구소 허영선 소장이 소개한 글이다.

4·3 시기를 살아낸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제주4·3연구소가 '4·3과 여성 생활사 총서' 시리즈의 하나로 최근 펴낸 네 번째 구술집 '4·3과 여성 4, 눈물이 나도 바당 물질하며 살았어'는 4·3의 참혹한 고통속에서 부모와 형제 자매를 잃고 살아남은 여성들 가운데 바당(바다)물질로 거친 삶을 헤쳐온 8명의 제주해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삶과 죽음의 파도를 넘나든 이들 해녀들은 통곡할 겨를도 없이 열 살 무렵부터 물질을 배워야 했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물에 들어야 했다. 바다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죽음의 순간에 직면하기도 했던 경험 등 4·3에 희생당한 혈육에 대한 그리움에 눈물이 나도 바다에 들었다.

아기봐줄 사람 하나 없어 세 살 아기를 배에 태운 채, 또는 북촌 대학살에서 총을 맞고 살아난 그 날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후유장애의 몸을 안고 물에 들기도 했다.

"세 살짜리 아기가 배 위에서 가만히 있을 리가 있어? 오똑오똑 걸어다니다가 어멍 물에 들면 같이 물에 들어가겠다고 난리를 치는 통에 결국 우리 아기 잔등을 긴 줄로 묶어 뱃대에 졸라맸어", "나는 총 맞은 왼쪽 등이 평생 아팠어.… 그나마 물에 들면 아무래도 수압 때문에 통증을 덜 느끼니까 욱신거리는 것도 잊어버리는 거야."(본문 중)

무엇보다 이 책은 4·3, 그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슬픔과 기쁨, 한바탕의 웃음까지 터지게 하는 개개인의 다양한 요소가 두루 섞인 삶과 삶을 통해 그 시절의 공동체, 거친 생활사와 제주 여성들 특유의 정신의 영역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 책에는 70~90대 해녀들인 홍순공, 이영자, 오희숙, 오계숙, 오기숙, 오홍자, 윤옥화, 박심준 씨가 구술에 참여했다.

허영선 소장은 "4·3의 참혹함을 경험한 그날 이후, 살아남은 여성들은 삶을 견뎌내야 했고, 삶의 주체가 되어 이겨내야 했다. 그날을 살아냈고, 바당(바다)물질로 삶을 이끌며 4·3의 현재를 살고 있는 해녀들, 그녀들에게는 파도와 삶의 바다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살아본 이들만이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해 이번에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집필은 허영선, 양성자, 허호준, 조정희 4·3연구진이 참여했다. 도서출판 각.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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