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7)산지등대-고주희

[황학주의 詩읽는 화요일] (17)산지등대-고주희
  • 입력 : 2023. 05.02(화) 00:00  수정 : 2023. 05. 30(화) 10:35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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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자꽃 향기 - 박홍점



바람이 허락하는 높이를 가진다면



가장 먼 곳의 바다가 되겠지



달빛 아래 잠시 교차하는 두 손, 서로의 이름을 바꿔 달고



밀물과 썰물



그러다 당신이 가진 어둠을 알게 되겠지



여전히 부글거리는 작은 칼데라처럼



탄산기 많은 공기로 가득한 검은 모래벌판



그 속, 고둥처럼 혼자인 사내

삽화=써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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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산지등대'에서 등대는 하나의 기억을 상기시키는 지명에 불과하며 중요한 것은 나와 당신의 흔적이다. 밀물과 썰물은 달이 조정하지만, 몸의 밀물과 썰물은 나와 당신의 몫이다. 그것은 이름만 서로 다를 뿐 하나이며, 보일 때나 보이지 않을 때나 같은 분량으로 존재한다. 어쩌면 운명이라는 말을 쓸 수 있겠다.

그리고 하나의 분화구로 남겨져 있으나 여전히 끓고 있는 가슴과 몸은 달빛 아래 잠시 교차하는 두 손의 느낌으로나 그려볼 수 있고, 누군가는 한쪽이 썰물일 때 한쪽은 밀물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검은 모래벌판에 고둥처럼 혼자인 사내는 나라고 해도 되고 너라고 해도 되는, 누군가 먼저 와 있는 사람이었다가 늦게 온 사람일 것이나, 그 항적은 깜박거리는 등대와는 아무 상관이 없을 것이다. 다만, 태초 이래 모든 외로운 자들이 저 달빛을 밟으며 헤매었다는 사실만이 달밤에 얼룩져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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