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의 백록담] 한결 같은 제주도백들의 처신

[고대로의 백록담] 한결 같은 제주도백들의 처신
  • 입력 : 2023. 08.07(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지난 2015년 11월 제2공항 후보지 선정·발표 후 도민 갈등이 이어지자 제주자치도와 제주도의회는 지난 2020년 12월 11일 제주 제2공항 관련, 도민 의견을 수렴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같은 해 2월 15일부터 3월 10일까지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여론 조사 결과 찬성 43.8%, 반대 51.1%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자,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는 도민들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해석을 내놓고 국토부에 찬성 의견을 전달한다. 제주 제2공항 예정지인 성산지역 주민들이 제2공항 건설에 압도적으로 찬성했기 때문에 제2공항 입지에 대한 지역주민 수용성은 확보됐고 적극 추진하라는 요구로 해석된다며 여론을 완전히 호도해 버렸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과감한 투자와 제주의 대안 마련을 통해 보완하고 개선해 나가면 된다며 국토부는 법적 절차가 마무리된 국책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지사의 '아전인수식' 궤변에 대한 도민 여론은 싸늘했다. 이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원 지사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2022년 7월 1일 오영훈 제주지사가 취임하면서 제2공항 문제는 새로운 해법이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됐다.

오 지사는 도지사 후보 시절부터 줄곧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도민 자기 결정권'이 핵심이라고 강조했기 때문이다. 제2공항은 도민들의 손으로 직접 결정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하지만 '도민 자기 결정권'에 대한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제주도는 지난달 31일 제주 제2공항에 대한 제주도의 의견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는데, '도민 자기 결정권' 관련 요구는 하지 않았다. 제2공항 건설을 그냥 드러내 놓고 찬성하기가 어색했는지 일부 단체에서 요구한 전략환경영향평가에 있는 항공수요 예측 적정성, 조류충돌 위험성과 법정보호종 문제, 조류 등 서식 지역 보전, 숨골의 보전 가치, 제2공항 부지 내 용암동굴 분포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제주지사 시절 국토부와 제주도의회, 제주도정이 합의한 제2공항 여론조사에서 반대 의견이 높게 나왔음에도 제2공항 찬성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한 원희룡 국토부장관과 '도민 자기 결정권'이 핵심이라고 했다가 최소한의 주민투표 요구조차 국토부에 요청하지 않고 암묵적 찬성 의견을 전달한 오영훈 제주지사, 이들의 공통점은 도민보다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우선 생각한다는 것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오 지사는 제2공항 건설 강행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와 대척점에 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원 전 지사는 당시 도민보다는 제2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토건 세력과 국민의힘과 결을 같이 해야만 했다.

제2공항 건설 찬반을 떠나 지금까지 오영훈 지사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보여준 행태는 많은 도민들에게 자괴감을 심어 주었고 도백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고대로 정치부국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1 개)
이         름 이   메   일
902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