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일은 제주가 세계보건기구(WHO) '고령친화도시 국제네크워크'(GNAFCC: Global Network for Age-Friendly Cities and Communities)에 가입한 지 6년째 되는 날이다. 2002년 마드리드 고령화국제행동계획에서 고령친화도시 개념이 제시된 후, WHO는 2007년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2010년 GNAFCC를 구축해 전 세계 국가 및 도시 간 고령친화도시 조성 사례를 공유하도록 돕고 있다. 현재 51개국 1445개 도시가 회원이며 우리나라는 48개 도시가 가입했다.
제주는 2017년 국내에서 5번째로 가입하며 '고령친화제주' 조성을 위한 노력을 일찌감치 시작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났음에도 고령친화도시의 의미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2021년에 실시한 제주지역 고령친화도 조사에 의하면 GNAFCC 회원도시 가입 여부를 '모른다'에 공공 및 민간기관 종사자는 74%, 노인집단은 84%가 응답해 도민의 고령친화도시 인식 수준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최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인구고령화 속에 고령친화도시의 의미를 다시금 되돌아볼 때이다.
고령친화도시는 모든 연령의 사람이 살기 편안하고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고령친화도시라고 할 때 '고령'이라는 용어가 주는 어감으로 노인만을 위한 도시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고령친화는 영어로는 'Age-Friendly'로 표기해 모든 연령에게 친화적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모든 연령과 세대의 사람들이 더욱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조성된 도시가 고령친화도시이다. 고령자를 포함해 누구든지 자립적으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시를 말한다.
또한 고령친화도시는 도시, 교통, 주거, 경제, 사회, 환경 등의 광범위한 영역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흔히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노인복지를 확대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WHO 고령친화도시 가이드라인에는 외부환경, 대중교통, 주거, 사회참여, 존중과 포용, 시민참여, 의사소통과 정보, 지역서비스 8대 영역을 포함하고 있어 복지 영역만을 의미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즉, 고령친화도시 조성은 복지 확대를 넘어 인구사회구조 변화에 맞춰 범사회적으로 활동적이고 활기찬 노년기를 지원해야 함을 뜻한다.
GNAFCC 가입은 고령친화도시 조성을 위한 정책적 실천을 지속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을 의미한다. 단순히 가입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도민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는지, 제주가 고령친화적으로 변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 점검 및 평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6년을 되돌아보며 모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고령친화도시 조성으로의 정책적 전환점이 요구된다.
다가오는 초고령사회에 전 도민이 활기차고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고령친화제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김재희 제주연구원고령사회연구센터 전문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