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소비자들 수산물 외면할까 그저 막막"

[현장] "소비자들 수산물 외면할까 그저 막막"
日 오염수 방류 예고… 도내 수산시장 현장은
수산물 소비 급감 우려에 어민·상인들 노심초사
수산시장·횟집 한산… 코로나 이어 또 위기 직면
"추석 특수 기대 뚝… 괜찮다해도 안전할지" 걱정
  • 입력 : 2023. 08.23(수) 17:53  수정 : 2023. 08. 25(금) 11:17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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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제주시수협 수산물 산지위판장에서 어민들이 제주바다에서 잡아올린 갈치를 선별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한라일보] "그저 막막합니다."

23일 오전 제주시 건입동 제주시수협 수산물 산지위판장. 밤사이 제주 바다에서 잡아올린 생갈치를 선별하던 어민 김모(58)씨가 근심 가득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가 이르면 24일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시작한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김씨는 한숨만 계속 나오고 생계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바다는 어민에게 있어 삶의 터전인데, 그 터전이 망가진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허하고 애가 탈 지경"이라며 "오염수 방류가 시작되면 당연히 타격을 받을텐데 얼마나 피해를 입을지 감도 안 잡히고 대책도 없고 너무 답답하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주변에 어선을 내놓는 사람들도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산지위판장 인근에 있는 서부두수산시장과 제주시수협 어시장은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했다. 이곳에서 제주산 갈치, 옥돔 등 수산물을 판매하는 수산업자 A(45)씨는 "오염수 방류 초읽기 소식이 들렸던 두달 전부터 매출이 크게 줄었는데, 실제 방류가 시작되면 이곳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더 끊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피해가 빤히 예상되는데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도 않고 일본 오염수의 안전성을 홍보하며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지금 분위기가 알아서 '각자도생'하라는 것과 다를바 없어 저희로서는 답답할 따름"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산한 제주시 서부두수산시장. 박소정기자

서부두명품횟집거리도 점심시간대였지만 한산하기는 마찬가지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횟집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는 "오늘 25명 단체 예약이 있었는데, 오염수 방류 예고 이후 모두 취소됐다. 앞으로 생계가 걱정된다"며 "힘겹게 힘겹게 코로나19 위기를 견뎌왔는데 이제는 일본 오염수까지 겪게 돼 횟집들은 죽을상"이라고 속상해했다.

더욱이 다음달 추석 명절(9월 28~30일) 앞두고 특수를 기대했던 상인들은 일본 오염수 방류 예고에 허탈해하고 있다. 동문수산시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하필 추석 전에 방류 예고 소식이 전해져서 명절 대목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며 "대부분 상인들이 일본 수산물을 판매하지 않지만 오염수 방류 이후 수산물 판매가 어떻게 될지 우리도 궁금하고 걱정된다"고 울상을 지었다.

동문수산시장을 방문한 도민들도 오염수 방류 소식에 걱정스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만난 도민 양모(52)씨는 "아직 방류 전이어서 미리 추석때 쓸 제수용품으로 옥돔을 사러 나왔다"며 "과학적으로 괜찮다고 해도 방류 이후에 수산물을 마음 편히 사먹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관광객 양모(42)씨도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그렇게 되면 수산업계는 정말 위기에 내몰릴 것 같다"며 "정부가 하루 빨리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된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 예고에 도내 어민과 수산업자들이 생계 위기에 내몰리면서 한숨과 걱정이 커지고 있다. 한편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이 이르면 24일 오후 1시에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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