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경찰청, 교통당국에 효율성 검토 후 시행 여부 논의 요청
"택시 일반차로 운행 빈번, 이원화 된 신호 체계 관광객 혼란"
道, 조만간 경찰·자치경찰 합동 점검키로 "존속 여부 이후 결정"
입력 : 2023. 09.04(월) 17:40 수정 : 2023. 10. 04(수) 16:47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제주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경찰이 제주도 교통당국에 이달부터 단속이 재개된 제주국제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에 대해 폐지까지 고려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는 조만간 경찰, 교통부서 등과 함께 합동 점검을 벌여 존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4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제주경찰청은 지난달 29일 제주도·제주시 교통부서와 도시계획부서에 각각 공문을 보내 "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 효율성에 대해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공문 취지 대해 "효율성을 검토해 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를 지금처럼 유지하는게 좋은지, 아니면 폐지하는게 나은지 논의해 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는 신제주 입구 교차로(옛 해태동산)에서 제주공항 다호마을 입구까지 이어지는 0.8㎞ 구간이다. 왕복 8차로 가운데 맨 안쪽에 그려진 양 방향 1차로가 대중교통우선차로에 해당하며, 나머지는 일반차로로 운영된다.
대중교통우선차로에서는 노선버스와 36인승 이상 버스, 전세버스, 택시만 운행할 수 있고 일반차량은 통행할 수 없다. 만약 일반차량이 대중교통우선차로에서 운행하다 적발되면 차종에 따라 이륜차는 4만원, 승용차·4t 이하 화물자동차는 5만원, 승합차·4t 초과 화물자동차는 6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 단속은 제주공항 진출입로 지하차도 공사로 인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1년 8개월간 유예됐다가 지하차도가 완전 개통하면서 이달 1일부터 재개됐다.
경찰이 재검토를 요구한 이유는 공항로 대중교통우선차로 시행으로 얻는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제주공항 지하차도 개통에 대비해 최근 2주간 공항로에 상주하며 지켜본 결과 대중교통우선차로를 따라 공항에 진출입해야 하는 택시 등이 일반차로를 달리며 일반 차량 흐름이 정체되는 현상이 빈번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은 차로 정중앙마다 버스승차대가 시설된 제주시 광양사거리~아라초등학교 대중교통우선차로 구간(2.7㎞)과 달리 공항로 우선차로에는 승차대가 없어 폐지한다고 해도 버스 승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는 점 ▷지하차도 개통으로 차량 흐름과 교통 체계에 변화가 생기는 등 제도 시행 여부를 다시 검토해 볼 여지가 있는 점 ▷공항로 특성상 제주 도로 사정에 익숙지 않은 관광객이 많이 이용하는데 교통 신호등이 우선차로 신호와 일반차로 신호로 이원화 돼 혼란을 겪는 점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외형적으론 효율성을 검토해보자며 제안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속 내용은 사실상 폐지 요구에 가깝다.
제주도는 경찰의 제안에 합동 점검을 거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이르면 이번주나 다음주 쯤 국가경찰, 자치경찰단, 교통부서와 함께 공항로 우선차로를 합동 점검하며 존치 여부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단속 주체인 제주시 관계자는 "어떤 제도에 대해 폐지 여부를 결정하려면 명확한 효과 분석이 뒤따라야 하는데, 결론이 도출될 때까지 아마 시일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는 도로교통법이 버스전용차로 운행 가능 대상에서 전세버스와 택시를 제외함에 따라 지난 2017년 도시교통정비촉진법(도촉법)을 적용해 제주형 대중교통 우선차로제를 시행했다.
도촉법은 시장이 필요에 따라 도시교통정비지역에서 자동차 운행을 제한할 수 있으며 운행 금지 대상은 시장이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주도는 도촉법마저도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자 부속도서로 한정된 제주도지사의 차량 운행제한 권한을 제주 전역으로 확대하는 쪽으로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