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걱정하던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됐습니다. 제주도는 대응단계를 격상하고 제주수산물에 대한 방사능검사를 매일 실시해 안전이 확인된 수산물만 유통될 수 있도록 감시기능을 강화한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사실과 본질을 비껴가며 정쟁에 몰두하고 정부의 무능함은 정점에 있는 듯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대응해 나가야 하는 걸까요.
일본은 자국의 전력 생산을 위해 가동시킨 발전 폐기물을 자체 처리하지 않았습니다. 일방적으로 세계 각국의 공동영역인 바다 생태계로 방출했습니다. 이러한 비상식적 결정과 행동에 중국과 홍콩은 일본수산물 수입 금지를 선포했고 일본 어민들조차도 정부와 도쿄전력에 소송을 통보했다 합니다. 그런데 정작 피해 당사자인 우리는 왜 둘로 나뉘어 서로를 비방하고 반목만 하고 있는 것인가요.
일본은 핵 오염수 방류가 과학적이라고 강조합니다. 우리 정부도 기다렸다는 듯이 문제가 없다고 이를 옹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안전 기준치는 여러 가정에 의한 추정 수치를 말합니다. 상황에 따라 변할 수도 있고 국제적으로 통일돼 있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합법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담배도 지나친 흡연에 폐암 유발을 경고하고 일상적으로 먹고 있는 설탕, 밀가루도 과다섭취는 성인병의 주범이라고 주의를 줍니다. 허용기준치가 안전검사에 부합되더라도 그것은 1회에 국한되는 허용치일 뿐 누적 임계치는 그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에 유의를 하라 미리 경고를 하는 겁니다.
핵 오염수 방류는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보지 않았던 일입니다. 앞으로 수십 년에서 백 년까지도 방류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과 우리 정부는 어찌 그리도 쉽고 명료하게 과학적이라고 확정지을 수 있는 건가요. 일본이 내민 결과치도 없는 원자력기구의 보고서 한 장에 어떻게 인간과 해양생태계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건가요. 과학은 결국 현상에 대한 데이터가 아니던가요.
사람에게는 인류역사상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려하고 자세히 알고 싶은 것입니다. 때문에 수산물관련 종사자들의 생계를 빌미로 무조건 문제없다 우격다짐해서는 안 됩니다. 궁금증을 갖는 국민들을 괴담에 선동된 우매한 이들로 치부해서도 안 됩니다. 더욱이 나라의 근간인 청소년과 군부대 장병들의 급식으로 보여주기식 수산물 선제 공급은 경계해야만 할 것입니다.
이제라도 국민들이 옳고 그름을 잘 판단할 수 있도록 정부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알려야 합니다. 여야 모두가 다각도로 고민해서 국민의 안전과 어업종사자의 생계를 대변해야만 합니다. 몰염치한 일본의 방류만행에 대해서는 정부가 나서서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이제라도 오염수 방류를 중단시켜 나가야 합니다. 거주환경과 먹거리는 아무리 숙고해도 지나치지 않는 생명체의 유지요건이기 때문입니다. <허경자 (사)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