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오는 나이듦, 늙어감의 과정, 중년. 인생에서 중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켄트 대학교 유럽 문학 교수인 벤 허친슨은 책 '미드라이프 마인드'(청미 펴냄)에서 단테, 몽테뉴, 괴테, 보부아르, 베케트 등 뛰어난 작가들의 삶과 작품을 통해 중년의 의미를 찾는 여정을 펼쳐 보인다. 회고록, 역사, 비평, 에세이 등 모든 장르를 살피며 과거에는 중년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부터 현재는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미래에 중년이 생산적이 되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인생의 중년이 인생의 끝이나 시작 못지않게 주목받을 만하다고 전제"하며 "이 책에서 인용한 위대한 작가들은 중년이, 그 모든 부정적 진부함과 선입견에도, 실제로 인생의 가장 생산적인 시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프롤로그에서 주장한다. 단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음을, 몽테뉴처럼 새롭게 발견한 겸손을 키울 수 있음을, 셰익스피어처럼 우리의 실존이 가지는 희비극을 새롭게 인식할 수 있음을 느끼는 시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40 너머에도 인생은 있다"며 "늙는구나 하는 느낌에 대처하는 최선의 자세는 늙는다는 의식으로부터 달아나는 게 아니라, 정면으로 맞서 어찌해야 잘 늙어갈 수 있는지 성찰하는 것"(프롤로그 중)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을 쓰면서 얻은 깨달음은, 중년은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점임을 피력하며 "우리는 중년에 미래와 과거를 더 잘 헤아려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중년은 위기라는 모든 상투성을 넘어, 새롭게 거듭남의 모든 꿈에 막연히 매달리지 않고, 우리는 나이 먹음의 의미부터 새겨 우리 자신의 의미를 빚어내야만 한다", "자신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그 개념을 정하는 것에 성패가 좌우된다"는 말도 곁들인다.
출판사는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에서 희곡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은 우리 인간이 중년을 통과하면서 어떻게 해야 창의적 인생을 살 수 있을지 끊임없이 성찰해 왔다"며 "이 책은 해박하면서도 쉽고 즐겁에 읽히는 글로 늙어감이라는 과정, 누구도 예외 없이 늙기에 가장 냉혹하기만 한 과정을 인간을 바라보는 애정을 듬뿍 담은 방식으로 접근한다"고 소개한다. 김희상 옮김. 2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