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12)제주에도 산호초 생기려나 미야코지마를 방문하고(2)

[제주 바다보호 더는 미룰수없다] (12)제주에도 산호초 생기려나 미야코지마를 방문하고(2)
북상하는 산호들… 멀지 않은 미래 '아열대 제주 바다'
  • 입력 : 2023. 10.23(월) 00:0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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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산호초 사이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산호들
수온 상승으로 인한 산호 백화현상… 해양생태계 위기
막기 어려운 제주 바다 열대화, 정확한 진단·대응 필요

[한라일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7년에 첫 방영된 해양 다큐멘터리인 '산호를 찾아서(Chasing Coral)'에서 불과 몇 개월 만에 산호초가 완전히 사멸되어 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이것을 산호 연구자들의 학술 모임에 공개하자 다수의 참석자가 충격에 빠지고, 눈물을 머금는 이도 적지 않았다. 이미 알았던 사실임에도. 2016년 있었던 전 지구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산호 백화현상을 촬영한 것이었다. 가장 마음을 아프게 한 장면은 산호가 죽기 전에 끝까지 살아남으려고 대응하는 색을 발하면서 "나를 봐주세요. 제발 알아주세요"라고 전하려는 것 같았다고 다이버가 말하는 순간이었다.

미야코지마에서 발견된 많은 산호초 중에 하나로 사슴뿔 모양의 산호가 숲을 이루고 있다. 흰색 산호는 백화현상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훈 사진

산호가 완전히 사멸한 산호초인데 일부 산호가 새롭게 살아나고 있다. 이 산호초도 2016년 비정상적인 수온 상승에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김성훈 사진



# 산호초 죽음의 현장에서 희망을 보다

지난 두 편의 글에서 수온 상승으로 제주 바다에 해조류 군락이 줄어들고, 한편으로는 아열대산 산호초가 새로 나타나는 대마도와 이끼 섬과 비교하여 이야기하였다. 자연 구로시오가 지나는 더 남쪽 바다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마침 10월 초에 오키나와 본섬과 대만 사이에 있는 섬 미야코지마를 방문하는 국내 원로 다이버들의 방문 계획이 있어 동참하였다. 14곳의 다이빙 현장에서 본 상황은 예상보다 나빴다.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으나 겨우 버텨내는 광경들을 여러 곳에서 목격하였다. 일본 최대의 산호초이자 일본의 대보초라고 자랑하는 야비지 산호초(Yabiji Reef, 八重干)도 마찬가지였다.

이곳의 대표 종이라 할 수 있는 사슴뿔 모양의 아크로포라(Acropora) 속의 종이 이루었던 산호 숲(큰 가지가 많은 산호가 얽혀 숲처럼 보여 이 글에서는 산호 숲이라 한다)이 죽어가고 있었고, 죽은 사체의 조각이나 가지들이 언덕을 이루어 황량한 풍경은 산호들의 공동묘지라 할 만했다. 산 산호가 사라진 곳에는 조류가 너덜너덜 엉겨 붙어 지저분해 보였고, 그 많던 물고기 떼들도 보이지 않았다. 산호초에 의존해서 살아가던 섬의 어민들과 섬의 주민들에게도 분명 큰 손해가 전이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곳에서 희망도 보았다. 환경 변화에 버티어 내려는 산호들의 몸부림을 보았고, 비록 큰 숲은 사라졌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명맥을 잘 유지하는 작은(패치, patch) 산호초도 있었다. 기뻤다. 대표 산호 종도 숲을 떠나 모랫바닥에 터를 잡아 살아가고 있었고, 햇빛이 잘 투과되는 바닥의 산호 바위에서는 여러 산호가 오아시스를 이루어 온갖 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도 하였다. 이런 곳엔 늘 작은 물고기 떼들이 많았다. 덩치가 있는 물고기들은 다이버를 두려워하며 산호 바위 난 복잡한 통로 속으로 숨으며 "다 너희들 때문이야!"라며 질책하는 듯 쳐다보았다. 숲이 파괴되었어도 다양한 산호들이 터전을 지키고 있음에 감사했다. 산호들은 적어도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음이 엿보였다. 하나는 좀 더 수온이 낮은 장소로 옮기고, 다른 하나는 유생을 저 멀리 북쪽 바다로 보내는 것이다.

매일 서너 차례 다이빙 탐사를 마치고 선상에서 "숲이 불타버렸네" 하면서 아쉬움을 토했다. 다른 다이버들은 물속에서 산호를 대하면서도 이해를 못 한 점이 많았다며 홍보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산호초가 사라지면 해양생태계가 붕괴하고, 수억 명의 삶의 터전이 무너진다는 것까지. 인식의 변화는 교육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 다이버가 말했다. "서울에 있는 산에서 계속 불이 나고 있다면 어땠을까?"

미야코지마 대표 산호 종인 아크로포라 속의 산호가 모랫바닥에서 생존하고 있다. 김성훈 사진

제주 바다에서는 아열대화가 점차 현실화하고는 있지만, 아직 그 정체성을 아직 잃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 같다. 김병일 사진



# 산호초의 위기는 전 지구 해양생태계의 위기

산호의 백화현상의 원인은 수많은 논란을 거친 후에야 비로소 수온 상승이라는 것을 과학자들이 알아냈다. 평균 수온이 2℃ 이상이 상승하면 백화현상이 일어남을 1980년대에 알게 되었다. "그깟 2℃로?" 우리가 아이를 키울 때 체온이 39℃에 가까이 가면 사경을 헤매는 이치와 같다고 봐야 한다. 2018년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The Guardian)에 난 기사 '대보초: 2016년 '재앙적인' 폭염 영향으로 산호의 30%가 사망'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이 기사에서는 호주 대보초에 기록된 산호 멸종의 규모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는 점과 2016년 급격한 수온 상승이 산호의 약 5~10%가 죽은 그때까지의 백화현상보다 훨씬 더 피해가 컸다는 한 과학자의 말도 실었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에서는 같은 해에 불과 몇 달 만에 대보초 북부에서 조사된 산호초의 38%가 심각한 영향을 받았으며, 남쪽으로 갈수록 그 강도가 감소했다고 했다. 이때는 백화현상이 전 세계의 열대 바다에서 발견되었으며, 발리 해안에서도 75% 정도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022년에도 대보초의 광범위한 해역에서 현상이 나타났지만, 사망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고 한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열대에서 온 제주 바다의 위기에 잘 대응해야

열대 해역의 것들을 해류가 온대로 실어 나른다. 다케요시 나가이(Takeyoshi Nagai)의 2019년의 글, '구로시오 해류: 생명의 동맥, 북서 태평양의 구로시오 해류는 열, 염분, 유기물과 무기 물질을 해양생태계를 형성하며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송한다'의 제목과 긴 부제가 잘 표현하고 있다. 글은 처음부터 화려한 위성영상을 보여주는데 자세히 살펴보면 제주도가 대마도나 이끼 섬보다는 상대적 찬 해수의 영향을 더 받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즉 서해 냉수괴와 남해 연안 수의 영향이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상황과 기후변화 시나리오들로 볼 때 제주도 해안에서 아열대화되는 과정을 막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해조류의 자생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과 새롭게 출현할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 산호들에 대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므로 제주 바다의 현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제종길 한국종합환경연구소 수석위원·제주바다포럼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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