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현재 대한민국은 유례없는 속도로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2022년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8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으며, 이는 회원국 중 유일하게 합계출산율이 '1명'에 미치지 못한 것이다. 물론 저출산 문제는 오래전부터 다뤄진 이슈였고, 역대 정부들은 예산을 쏟아내며 다양한 정책들을 쏟아냈지만 어떤 것도 눈에 보이는 성과는 없었다.
정부의 저출산 정책들을 살펴보면 대체적으로 '아이를 낳는 것'에 대한 혜택들이 중심으로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내 한 몸 건사하기 힘든 청년들이 아이를 낳음으로써 받는 혜택이 필요할까. 우리는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출산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보다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해줄 그런 정책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부모가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는 것이 첫 번째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이 가장 많은 나라로 손꼽히며 이 같은 한국의 장시간 노동 문화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어렵게 만드는 저출산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업무 부담을 개선하고, 자녀와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 아이 양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근로시간 확대는 저출산 문제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우리나라는 이미 꽤 괜찮은 육아휴직제도가 도입돼있지만 그 실정을 살펴보면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여성들은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력 단절을 걱정하고, 남성들은 주변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의 사용이 극히 낮다. 여성이나 남성이나 육아휴직을 부담감 없이 사용하는 스웨덴의 사례를 살펴보면, 엄마는 출산 직후 1년간 육아휴직에 들어가며 그 이후부터는 아빠가 바통을 이어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부 한쪽이 반드시 90일을 사용해야 하는 '육아휴직 할당제' 또한 도입하고 있다. 남성에게도 평등하게 가사 분담을 시키기 위한 제도인 것이다. 이로 인해 스웨덴 공원에서는 소위 '라떼파파'(커피를 손에 들고 유모차를 끄는,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스웨덴이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녔다. 그들도 70년대에는 '남성은 경제, 여성은 양육'이라는 전통적 인식이 만연했으나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과 기업 내 인식 변화로 인해 출산율 역전이라는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와 사회적, 경제적 환경이 다른 스웨덴의 사례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들도 있으나 그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따라가기보다 그 정책 내 담긴 가치관을 살펴보라고 말하고 싶다. 무조건적으로 아이를 낳으라고 하기보다 부모가 아이를 행복하게 양육할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봉희 전 제주한라대학교 사회복지학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