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기후변화와 제주고사리삼

[송관필의 한라칼럼] 기후변화와 제주고사리삼
  • 입력 : 2023. 12.05(화) 00:00  수정 : 2023. 12. 05(화) 09:41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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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우리는 극심한 날씨 변화에 애를 먹고 있다. 한라산에는 지난해 보다 3주가량 빠르게 눈이 내렸다. 하지만 다시 기온은 올라 겨울옷에서 얇은 옷을 입어야 될 만큼 따뜻해졌다. 또 여수 바다에서는 독사 20배의 독을 가진 필리핀 바다뱀이 발견됐다. 최근 겨울 날씨는 따뜻한 날은 20℃가 넘고, 추운 날은 4℃ 이하로 내려가면서 초여름과 겨울이 수 일 사이에 나타난다.

11월 중순에는 동백동산을 방문하게 됐다. 숲이 우거진 문화재 구역 외에는 목장 초지와 상수리나무들 사이에 곰솔과 참식나무 등이 자라고, 그 아래에 사스레피나무가 가득하다. 목장으로 활용하던 곳에는 사스레피나무, 동백나무 등이 높게 자라기 시작했고, 그 아래 작은 습지에는 제주고사리삼이 자라고 있다. 하지만 자생지는 비가 오면 물이 가득했다가 서서히 빠져서 일주일 후에는 말라버리는 곳인데, 낙엽과 토양이 밀려와 습지가 빠르게 육화가 진행되고 있었고, 상록활엽수가 하늘을 가려 햇볕이 들지 않는 음지가 되었다. 이것을 보면서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백동산이 있는 선흘 지역은 2010년부터 2021년도까지 11년간의 연평균기온 13.7℃이고 해마다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겨울철 온도가 따뜻해지고 연강수량은 2430㎜로 비도 많이 온다. 그만큼 식물이 자랄 수 있는 좋은 조건이고 상록활엽수의 확장세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다. 즉, 제주고사리삼 자생지가 빠르게 상록수림으로 변모하고 있어 절멸이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처음의 제주고사리삼은 투물러스 주변의 작은 습지에 겨울에도 파란색의 고사리가 발견되어 동정이 되지 않다가 2001년에 전 세계에서 제주도에만 자라는 것으로 밝혀지고 '제주고사리삼'이라는 명칭을 얻었다. 이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되며 보호에 기틀을 마련했으나 현지 보전을 위한 뚜렷한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 진행되는 지구온난화는 주변의 식생변화를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다. 특히 최근 급격한 날씨 변화는 어떤 형식으로 이들에게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식물들은 활동을 최대한 억제하고 이후 온도가 상승하면 활동을 하게 되는데, 기온의 극심하게 변화가 일어나면 식물도 생리적으로 변화가 일어나 종자를 남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제주고사리삼의 증식과 관련된 뚜렷한 데이터를 작성하여 보고한 내용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시간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흘러가고, 빠르게 자생지가 소멸되고 있기도 하다. 급하다. 자생지 외에서 증식할 수 있는 방법을 빠르게 찾던지, 그것이 어렵다면 지금이라도 자생지 주변을 관리해 종보존의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않는다면 절멸하는 상황이 닥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지금, 몇몇의 제주고사리삼 자생지라도 퇴적물과 조도를 맞추는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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