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상급종합병원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상급종합병원
  • 입력 : 2023. 12.07(목) 00:00  수정 : 2023. 12. 12(화) 14:02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한라일보] 아버지는 꽤 오랫동안 폐병을 앓았다. 돌아가시기 몇 달 전부턴 상태가 급격히 악화해 제주대병원에 입원했다. 이식 수술이 필요했지만 제주에선 손쓸 방도가 없었다. 아버지는 이식 수술이 가능한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야 했다. 아버지가 상급병원 헬기를 타고 제주를 떠나던 날, 난 그날을 잊지 못한다. 흙먼지를 내뿜으며 이륙한 헬기는 변변한 인사를 건넬 틈도 없이 순식간에 하늘로 사라졌다. 며칠 뒤 나도 서울에 갔지만 이때도 변변한 대화는 나누지 못했다. 기도 삽관으로 말 못 하는 아버지는 엷은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그 미소가 내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생전 마지막 모습이다. 위독하단 소식에 급히 비행기 표를 끊었지만 아버지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그래서 아버지의 마지막 미소는 내게 유언처럼 남아있다. 아버지와 이별한지 10년이 흐른 지금, 임종을 못 지켰단 죄책감도 여전히 나를 붙잡는다.

제주의 의료현실도 1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난치병을 전문 치료할 상급병원이 없어 해마다 수많은 도민이 원정 치료를 떠난다. 올해 제주대병원이 상급병원 승격을 노리고 있지만 정말 상급병원에 걸맞는 경쟁력과 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제주대병원 응급실로 전원된 환자가 병상이 없어 로비에서 숨지고, 의사 이탈 문제도 계속된다. 상급병원 승격을 바라면서 "서울 대형병원을 가는 건 도민의 선택"이란 의료진 말은 공허하다. 도민들이 서울 대형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역량을 갖추는게 급선무다. 그렇지 않고선 가슴 아픈 사연들이 반복될지 모른다.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08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