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일본 숨은 여행지, 아오모리에 가다(하)

[기획] 일본 숨은 여행지, 아오모리에 가다(하)
너도밤나무 숲의 기운 가득… 옛것을 살린 공간들
100년 역사 품은 벽돌 창고... 지역 예술문화공간 재탄생
13만㏊에 달하는 산악지대 '시라카미 산지' 느끼는 장소
아오모리 대표 여름 축제... 네부타 최우수 작품들 전시
  • 입력 : 2023. 12.19(화) 00:00  수정 : 2023. 12. 26(화) 11:29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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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부타 축제 전시관 '와랏세'에 전시된 네부타 작품들.

[한라일보] 일본 아오모리에서 지낸 사흘 내내 많은 눈이 내렸다. 그래서인지 가는 곳마다 설국의 정취가 가득했다. 두 눈으로 마주한 풍경은 온통 하얀 세상이었지만 그 안에서 마주한 이야기들은 알록달록했다.

ㅣ히로사키 현대미술관

아오모리현 서부에 있는 히로사키시로 향했다. 아오모리 현립미술관과 산나이 마루야마가 있는 아오모리시에서 차로 1시간 거리의 히로사키시는 일본 최대 사과 생산지이자 일본 3대 벚꽃 명소를 간직한 아오모리현 대표 도시 중 하나다. 이 지역에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벽돌 창고를 리모델링해 미술관으로 새롭게 꾸며놓은 곳이 있다. 바로 근대산업유산인 '히로사키 현대미술관'이다.

미술관에 도착하니 커다란 터에 나란히 서 있는 빛바랜 붉은색 벽돌 건물 두 채가 눈에 들어왔다. 사과농원 등이 있던 이곳에 는 19세기 말~20세기 초 주조장으로 벽돌 창고가 지어졌다. 이곳은 1965년까지 시드르(사과로 만든 술)를 제조하던 공장이었다. 공장이 이전된 이후에는 공공비축미를 보관하는 창고 등으로 사용돼 왔다.

100년 역사를 품은 벽돌창고인 '히로사키 현대미술관' 전경.

히로사키 현대미술관에 옛 시드르 제조공장 시절 새까만 벽면이 그대로 남아있다.

이러한 오래된 벽돌 창고가 지역의 예술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은 히로사키시 출신 현대미술가 나라 요시토모와 지역민들의 역할이 컸다.

미술관이 개관되기 전인 2002년, 2005년,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나라 요시토모의 개인전이 지역민들에 의해 벽돌 창고에서 열리게 됐는데,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으면서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게 됐고,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 미술관 입구에 전시된 개 형상 'A to Z 메모리얼 도그(Memorial Dog)'는 나라 요시토모가 당시 전시회에 참여한 지역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만든 작품이다.

'기억의 계승'과 '풍경의 재생'이라는 콘셉트로 지난 2020년 4월 문을 연 미술관 내부 공간은 2층으로 나눠져 있는데, 다양한 기획전시가 이뤄지는 5개의 전시실을 비롯해 시민 갤러리, 지역에 관련된 서적을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도서실 등이 갖춰졌다. 그리고 곳곳에는 시드르 제조 공장 당시 남아있던 새까만 벽면, 공장용수를 위한 저수탱크 등을 그대로 둬 옛 자취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빛의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시드르 금색의 지붕도 미술관의 상징이다.



ㅣ시라카미 산지 방문객 센터

다음 향한 곳은 니시메야무라에 있는 '시라카미 산지 방문객 센터'. 차에서 내리자마자 숲의 기운이 밀려왔다.

시라카미 산지는 아오모리현 남서부에서 아키타현 북서부에 걸쳐있는 13만㏊에 이르는 광대한 산악지대다. 원생적인 너도밤나무숲이 차지하는 1만6971㏊에 달하는 구역이 1993년 12월 일본에서 처음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는데, 올해로 30주년이 됐다.

시라카미 산지 방문객 센터에 있는 너도밤나무 모형과 뿌리.

시라카미 산지의 명소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문객 센터의 VR체험.

1998년 개관한 시라카미 산지 방문객 센터는 시라카미 산지를 전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너도밤나무의 일생부터 시라카미 산지의 생태계, 인간생활과의 관계성을 배우는 공간이다. 실제 너도밤나무 뿌리가 전시돼 있는 것을 비롯해 시라카미 산지의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시어터 체험', 휴대전화로 QR코드를 찍으면 숲속에 사는 동물들이 등장하는 'AR(증강현실) 퀘스트', 마치 시라카미 산지의 명소에 있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VR 체험' 등 다양한 체험공간도 마련돼 있다.

특히 영상 체험홀에서는 시라카미 산지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을 대형 스크린을 통해 볼 수 있다. 시라카미 산지의 사계절 모습과 함께 너도밤나무를 비롯한 다양한 식물, 동물의 생태, 산에서 사는 지혜 등 8000년간 이어져 내려온 시라카미 산지의 자연활동을 담고 있다.



ㅣ네부타 축제 전시관 '와랏세'

마지막으로 둘러본 곳은 아오모리시에 있는 네부타 축제 전시관 '와랏세(WA-RASSE)'. 매년 여름만 되면 아오모리현 지역 곳곳에서 네부타 축제가 열리는데, 이곳은 이 중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에 사용된 네부타들을 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네부타는 거대한 종이 인형과 여러 개의 등으로 꾸며진 수레를 말한다.

'아오모리 네부타 축제'는 매년 약 200만명의 관광객이 모여드는 아오모리 대표 여름축제다. 축제 때마다 높이 5m, 폭 9m에 달하는 다양한 형상의 형형색색 대형 네부타가 20개 넘게 제작돼 웅장하게 아오모리 중심가를 행진한다. 축제가 끝난 뒤 그해 최우수 작품으로 뽑힌 대형 네부타들을 이곳에 전시하고 있다.

네부타 축제 전시관 '와랏세' 전경.

네부타 축제 전시관 '와랏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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