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55세 중년 여성이 유방암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 위해 찾아왔다. 50세부터 심한 폐경 증상으로 여성호르몬제를 계속 복용해왔다고 했다. 환자가 “친정에 유방암이나 난소암 환자가 없고, 모유 수유도 했는데 왜 암이 생겼나 모르겠다. 호르몬제가 유방암과 관련이 있는가?”라고 질문을 해왔다. 에스트로겐은 젊은 여성의 신체적 및 기능적 특징들을 갖게 만드는 여성 호르몬이며 신경-내분비계, 혈관계, 근육-골격계, 면역계 등에 광범위하게 작용한다. 의외지만 에스트로겐은 남성에서도 중요한 기능을 한다.
젊은 여성은 많은 양의 에스트로겐이 난소에서 생산되지만 폐경이 되면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에스트로겐이 부족하면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땀이 많이 나며, 두근거림 등의 각종 폐경기 증상들이 나타나며, 골다공증에 의한 골절 위험이 증가한다. 이를 덜어주기 위해 소량의 여성호르몬제가 흔히 처방된다. 그러나 폐경기에 여성호르몬을 장기간 투여하면 혈액 과다응고에 의한 혈전증, 뇌졸중, 심장 관상동맥질환, 유방암과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높아진다.
에스트로겐이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호르몬제의 장기 복용과 유방암의 연관성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비록 대답이 늦었지만 이러한 문제에 대한 최근 연구자료들과 국제적으로 유명한 의료기관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소개한다.
첫째, 폐경기에 호르몬치료가 결정되면 가능한 최소량을 최소기간만 사용한다. 둘째, 여성호르몬제의 종류는 에스트로겐 단일 성분제와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의 유도체(메드록시프로게스테론)가 혼합된 복합제가 있다. 자궁이 있는 여성들에게 에스트로겐만 사용하면 자궁내막암의 위험이 증가하기 때문에 복합제를, 그러나 자궁이 없으면 단일제를 선택한다. 복합제를 사용하면 유방암의 위험이 높아지고, 암의 크기가 더 크면서 유방 밖으로 퍼진 상태로 발견되는 경향이라고 한다. 또한 오래 복용할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지만 일단 중단하면 3년 이내에 한 번도 복용하지 않은 수준으로 위험이 낮아진다. 한편 단일제를 사용하면 유방암은 발병 위험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약간 낮지만, 드문 암인 난소암은 복용 기간이 길수록 발병 위험이 증가하며 중단하면 위험이 감소한다. 넷째, 호르몬치료는 대장암, 폐암, 피부암과 관계가 없다. 끝으로 폐경이 시작되고 10년 이후나 60세가 넘어서 호르몬제를 투여하면 혈전증, 뇌졸중, 관상동맥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므로 이를 예방하기 위해 폐경이 시작되고 10년 이내와 60세 이전에 호르몬치료를 권고한다. 결론적으로 폐경기 여성호르몬치료가 가져오는 이득과 손해에 대해 투약 전에 의사와 충분히 의견을 나누어야 하고, 투약이 시작되면 정기적으로 유방 촬영과 자궁 및 난소에 대한 부인과 검진이 요구된다. <한치화 제주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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