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널 뛰는 마음
  • 입력 : 2024. 06.21(금) 01:00  수정 : 2024. 06. 23(일) 10:02
  • 송문혁 기자 smhg1218@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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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사이드 아웃2'.

[한라일보] 최근에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보이스 피싱에서 더욱 진화한 범죄인 로맨스 스캠을 다루고 있었다. 외로운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악독하고 지독한 범죄를 다룬 프로그램의 댓글창을 열어 보니 2차 가해라고 할 만큼의 비아냥과 냉소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피해자들의 어리석음을 안타까워하는 시혜적인 표현들마저 정상으로 보일만큼 많은 이들이 외로움과 기쁨, 불안과 안도를 거친 믿음으로 뒤섞인 누군가의 사정을 재치 있게 까 내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참담한 기분이 들었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한 전문가는 '앞으로 AI 범죄는 인간의 약한 지점을 더욱 파고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모든 것이 더 '스마트'해지고 개인들의 전문성이 비약적으로 발전된다고 해도 약한 지점을 파고드는 악한 마음들은 쉽게 잠재울 수 없을 것이다. 누구도 가르칠 수 없고 나 또한 통제하기 어려운 나의 마음, 고유한 감정은 그렇게 불변의 미스터리일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애니메이션 명가 픽사가 내놓은 '인사이드 아웃2'는 이 불변의 미스터리인 고유한 감정을 다루고 있는 작품이다. 9년 전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전편에 이어 영화는 또 한 번 감정들의 속사정을 탐험하기 시작한다. 기쁨과 슬픔 버럭과 까칠 그리고 소심 등 다섯 감정들이 등장했던 전편에 이어 이번엔 불안과 당황, 따분과 부럽이 등장했다. 사춘기를 맞은 주인공 라일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감정들이 기존의 감정들에 더해져 펼치는 다이내믹한 소동극이자 뭉클한 성장 영화가 '인사이드 아웃2'다. 영화는 가족 안에 있던 라일리의 세계를 더 넓게 확장해 내며 새로운 감정 친구들을 초대한다. 여러모로 안전과 제약이 따르던 가족이라는 세계를 벗어나 누구의 딸도 아닌 '라일리'가 된 사춘기 소녀가 겪는 성장통은 크게 특별할 것 없이 일반적으로 보인다. 단짝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같은 꿈을 키워가고 그러다가 부풀어 오른 확신에 어느새 실금이 가고 그 가느다란 선이 감정의 협곡이 되는 과정. 하지만 '인사이드 아웃2'의 특별한 매력은 이 일반적인 과정들을 통한 공감대의 영역을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풀어내는 데에 있고 전편에 이어 속편 또한 그 세밀화를 섬세하게 그려내며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혼자로서 충분하다고 느끼면서도 나와 닮은 누군가를 발견했을 때의 기쁨을 느끼고 또 그 발견이 소통까지 이르지 못함을 이내 슬퍼하기도 한다. 우리의 감정들은 이렇게 거대한 바다 안에서 각자의 파도로 출렁인다. 어느 순간 타인의 파도와 부딪힐지 모르고 그 부딪힘이 어떤 것을 만들어 낼지는 짐작하기 어렵다. 다만 분명한 것은 각각의 감정들 모두가 같고 또 다르다는 것, 그래서 다행인 동시에 언제든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는 것. 이 모순적인 경험이야 말로 나와 타인을 긍정하는 일생일대의 모험이 되지 않을까.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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