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제주愛 빠지다] (3)하례리 마을해설사 회장 백진흠

[2024 제주愛 빠지다] (3)하례리 마을해설사 회장 백진흠
"공직 마치고 제주 전원생활로 행복찾기 5년째"
노지감귤 농사·학교 안전지킴이에 마을해설사까지
1~2년 이상 살면서 정착 선택을… 사전준비는 필수
  • 입력 : 2024. 07.08(월) 14:33  수정 : 2024. 08. 16(금) 09:50
  •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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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2019년 제주에 정착한 백진흠 하례리 마을해설사 회장은 제주살이에 크게 만족한다고 했다. 전원생활에 학교지킴이에 해설사까지 하루가 짧을 정도로 하루하루의 삶이 행복찾기로 바쁘다.

[한라일보] 3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치고 제주에서의 삶은 '행복 찾기' 그 자체다. 과수원 딸린 집, 감귤나무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에 눈을 뜨고 시원한 수돗물 한잔에도 행복이 솟아난다. 아침, 점심, 저녁 인근 위미중학교에서 안전지킴이 활동에 주말이나 짬이 날 때면 마을해설사로 활약한다. 작은 과수원에서 매년 감귤을 수확하는 일도 삶의 충만함을 더한다.

백진흠(68) 하례리생태관광마을협의체 마을해설사 회장이 하루의 시작이며, 지난 5년간 제주에서의 삶의 모습들이다.

그는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친척들이 있는 인근 경남 거창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이후 줄곧 대구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공직생활에 입문해 달성군청과 법인재단에서 37년을 보냈다. 그리고 마침내 2019년 3월,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로 이주해 제주살이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살이는 아주 성공적이고 만족한다는 그다. 제대로 정착을 하려면 안정적인 거주지와 할 일에 대한 사전 준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특히 공직생활을 마치고 노후에 편안하고 소일거리를 하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에는 제주보다 좋은 곳을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콕 집어 제주에서도 가장 따뜻하고 평화로운 하례리를 선택했죠. 2015년 정년퇴임하고 3년 정도 달성복지재단에서 일을 하면서 제주살이를 고민했는데, 아내(석숙희·62)의 결정적인 내조(?)로 2016년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장만하게 됐죠. 아늑한 집에다 할 일까지 있으니 삶이 안정적이고 하루가 짧을 정돕니다. 아내도 대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내려온 해부터 줄곧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의 아침 루틴은 새소리를 들으며 일어나 수돗물을 마시는 일이다. 상쾌한 공기에 맑은 물은 제주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감귤나무와 꽃을 가꾸는 일도 진심이다. 1320㎡(약 400평) 크기의 감귤밭을 정원처럼 가꾼다. 감귤을 수확하면 가족과 지인에게 나누고 나머지는 택배로 팔아 가계에 보탠다. 그의 아내는 꽃을 좋아해서 수국이며, 장미며, 칸나 등을 심어 집을 가꾸고 화분에 심어 이웃 주민에게 나누는 일이 많다고 한다.

그는 제주에 정착할 당시에는 하례리가 환경부 지정 생태관광마을인지를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5년차 제주살이를 하면서 마을해설사 회장까지 맡았다. 성실함과 진솔함이 마을주민과의 교감을 이끌었고, 마을해설사를 하면서 제주를 더 잘 알게 됐다고 했다.

서귀포시 남원읍 하례리에서 감귤농사를 지으며 제주살이에 푹 빠진 백진흠 회장.

현경진 하례리생태관광마을협의체 사무국장의 역할이 컸다. 현 사무국장의 말이다. "제주에는 이주민이 많지만 주민들과의 불협화음도 만만치 않죠.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찾고 함께하면서 동화되는 일이 중요하죠. 그래서 하례리는 이주하시는 분들에게 마을사업 참여를 권유하고 있는데 만족도가 매우 높습니다. 마을사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의 열정도 대단하죠. 하례리 주민 970명 중 이주민이 20%가량인데, 요즘엔 집이 없을 정도로 인기입니다. 젊은 예술인들의 '작업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고요."

백진흠·석숙희 부부의 제주살이는 성공적이다.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형제나 가족처럼 지내는 주민들과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제주살이를 계획하는 이들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공직지가 퇴임 후 정착하기에는 제주만한 곳이 없을 것 같아요. 노후생활과 소일거리, 그리고 사는 곳에서 병원이나 대형마트 등도 가깝고요. 고향을 가더라도 항공편을 이용하면 몇 시간이면 갈 수 있어 교통편도 만족스럽죠. 다만 제주라는 낯선 곳에 정착하기에는 사전 준비할 게 많아요. 너무 이상적인 생각은 버리고, 1~2년 이상 거주하면서 정착을 할 것인지에 대한 최종 판단을 해도 늦지 않다고 봐요. 이상적인 환경이나 기후, 자연환경만으로 제주에 살겠다는 각오로는 제주 정착은 그리 녹록지만은 않을 거예요."

농사로 학교 안전지킴이로, 마을해설사로 하루하루가 바쁘게 돌아가지만 그 속에 행복이 있고, 나이가 들었지만 지역사회에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 큰 만족감을 느낀다는 부부는 "앞으로도 계속 제주에서 살고 싶다"고 했다. 아직 다 찾지 못한 제주 곳곳에서의 행복을 캐내는 부부의 삶은 농촌 풍경처럼 평화롭다.

남원읍 하례리 주민과 마을해설사들이 환경정비에 나섰다. 마을주민과 정착민들이 생태관광마을과 마을기업을 통해 교감하며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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