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문화로 거리를 바꾸자 - 이중섭·솔동산거리 진단과 전망] (7)도심 상권에 문화의 옷 입힌다

[사람과 문화로 거리를 바꾸자 - 이중섭·솔동산거리 진단과 전망] (7)도심 상권에 문화의 옷 입힌다
전통시장 앞 문화 특화거리 강점 제대로 살리고 있나
  • 입력 : 2024. 08.08(목) 04: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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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살아 숨 쉬는 중심지"
명동로·이중섭거리 온도 차이
상인 조직이 소매 걷은 '토토즐'
월 1회 차 없는 거리 공연 열어
방문객 유입하는 방법 중 하나
먹고 보고 즐기는 체류형 기대

[한라일보] 왕복 2차로를 사이에 둔 상권의 풍경은 사뭇 달랐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과 이중섭거리를 두고 하는 말이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여기저기서 물건을 팔기 위해 큰 목소리로 손님들을 부르고 있었고 음식 냄새로 가득 찬 가게 앞에는 차례를 기다리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섰다. 전통시장을 나와 이중섭거리를 걸었다.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지척의 시장과 차이가 났다. 시장 안의 그 많은 사람들은 어디로 향하는 것일까.

이중섭거리에 '명동로 토토즐' 운영으로 차량을 통제한다는 알림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진선희기자

▶목마른 상인들이 우물 파듯 차량 통제하고 정기 이벤트=이중섭거리·명동로 상가는 180여 개 점포가 2만7000㎡의 면적에 분포한 서귀포의 주요 상점가다. 이 일대는 '명동로·이중섭거리'란 명칭의 특화거리로 불린다. '제주특별자치도 특화거리 등 골목상권 활성화 지원 조례' 제정 이전에 이중섭거리가 있었다. 이중섭거리 등 제주 지역 9개 특화거리 대부분이 조례보다 앞서 조성됐는데 일반적 경과 조치에 따라 해당 조례에 의한 것으로 본다. 조례상 특화거리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될 수 있는 각 지역마다의 특화된 공간(상가, 거리)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 등 특정 목적을 위해 지정된 구역"을 일컫는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앞 이중섭거리 입구. 오른쪽에 이중섭거리 조형물이 보인다.

특화거리를 알리는 제주도 홈페이지엔 명동로·이중섭거리를 "이중섭미술관을 중심으로 전시 공간, 거리 공연, 문화예술시장 등 정기·비정기적 행사가 이어지며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이라고 했다. 실제 문화 인프라가 잘 갖춰졌고 옛 서귀포관광극장, 이중섭거리 야외 전시장 등에선 주말 행사가 꾸준히 개최되고 있지만 이중섭미술관 부근을 벗어나면 온도 차가 느껴진다.

제주도가 최근 서귀포시 원도심(천지동·중앙동·정방동·송산동) 생활권을 15분 도시 시범 지구 중 하나로 제시하고 이중섭거리 초입에 있는 근대 의료시설인 '강의원' 건물을 활용하는 안이 검토되면서 기대감이 피어오르고 있지만 현실화되려면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도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상인들은 방문객을 끌 수 있는 방안으로 정기적 이벤트를 택했다. 정방동 주최, 정방동상가번영회 주관으로 운영 중인 '명동로 토토즐'이 그것이다.

정방동에서 이중섭거리 남측 맨 끝에 상가 안내판을 세웠다.

지역 상권 활성화와 야간 문화관광 행사를 결합한 '토토즐'은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의 줄임말로 오는 11월까지 월 1회 토요일 저녁마다 펼쳐진다. 명동로 20 앞의 도로 70m 약 750㎡에 이르는 이중섭거리 일부 구간이 모처럼 차 없는 거리로 바뀌는 시간이다. 이때는 댄스, 연주, 버스킹, 거리 노래방, '인생네컷' 포토 부스 등 여러 빛깔의 공연과 참여 프로그램이 잇따른다. 지난달 20일 첫 행사를 열었고 앞으로 8월 17일, 9월 14일, 10월 5일, 11월 2일 일정을 남겨두고 있다. 해당 날짜에 악천후가 예보되면 행사는 1주일 후로 미뤄진다. 이달 17일 '토토즐'은 서귀포시의 야간 걷기 축제인 '2024 서귀포 달빛 하영걷길'과 연계해 치른다.

이중섭거리 야외 전시장 인근에 주말과 공휴일 서귀포예술시장 운영을 알리는 자그만 현수막이 달려 있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이용객들 주변 상가로 이끌 방법은=정방동상가번영회에서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명동로 토토즐'을 추진한 건 공연 등을 매개로 소비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서다. 상품 구매만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은 오래된 공간, 축제 등을 즐기겠다며 거리로 나서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일대 상가나 사무실 등이 얼마나 비어 있는지 나타내는 공실률이 20%대로 추산되는데 상인들의 체감도는 그보다 더 높을 것 같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보다 경기가 나쁘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중섭거리·명동로 상가에서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 위치한 점포는 100개 안팎인데 중심 상권부터 우선 살려보자며 단순한 문화 공연이 아닌 마케팅 전략으로 '토토즐'이 기획됐다. 이중섭거리 동측 명동로의 한 점포 앞에 놓인 돌의자에 "무신 사람덜이 영 하우꽈"란 제주어 문구를 새긴 배경엔 어느 시절 인파가 넘쳤던 상점가들이 그때처럼 잘됐으면 하는 상인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얼마 전에는 이중섭거리와 명동로에 세로로 길쭉한 상가 안내판 5개가 세워졌다. '문화와 예술, 다양한 멋과 맛이 함께하는 마을'을 내건 정방동에서 제작한 것으로 인근에 위치한 가게 이름들이 방향 표시를 따라 빼곡하게 적혔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 모여든 걸음들이 너른 바다로 흐르는 물길처럼 그 아래쪽에 흩어진 상점가들로 퍼졌으면 하는 거다.

지난해 국비 사업 공모를 위해 이중섭거리·명동로 상권을 살폈던 용역 자료를 보면 이중섭거리에 대한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했다. 이중섭거리가 몇 개의 걷기 코스에 포함되어 있으나 제주 관광지로서 인지도와 고객 선호도, 검색량 수치가 낮다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제주에서 '이중섭'으로 구별되는 문화 콘텐츠를 강점으로 붙잡아 먹고 보고 누릴 수 있는 거리를 가꾸는 작업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김현구 정방동상가번영회장은 "이중섭거리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아 보인다. 서귀포매일올레시장에서 먹거리를 즐기고 그냥 빠져나가는 관광객들이 명동로·이중섭거리로 발길을 돌려 체류할 수 있도록 행정에서도 콘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했으면 한다"면서 "여름철 이중섭거리의 오르막길을 오르는 방문객들이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늘막을 거리 콘셉트에 맞게 설치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관광공사에서 지난달 내놓은 '제주 방문 관광객 카드 소비 분석'(2014~2023) 내용을 보면 이중섭거리 주변 상권의 앞날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2023년을 기준으로 전년도와 관광객의 카드 소비 금액을 비교한 결과 정방동이 용담2동, 대륜동과 더불어 성장세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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