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1인가구 리포트] (3) 중장년 1인가구 ②'자립' 지원 절실

[제주 1인가구 리포트] (3) 중장년 1인가구 ②'자립' 지원 절실
고립 벗어나 다시 집밖으로… "더디지만 변화는 있다"
  • 입력 : 2024. 10.14(월) 04:00
  • 김지은 기자 jieu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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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 종합사회복지관 5곳이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운영 중인 '더불어 산다'는 중장년 1인가구의 자립 지원 사업이다. 복지 현장에선 단순히 고독사를 막는 것에서 벗어나 이들을 다시 사회 속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낸다. 사진은 제주시 아라동 C씨가 은둔 상태였을 당시 집안의 모습. 각종 옷가지와 쓰레기가 뒤엉켜 있다.

중장년 1인가구 사회적 고립·고독사 문제에 머리 맞대
도내 종합사회복지관, 공동모금회 지원으로 자립 지원
내년까지 3년 한정… "재고립 막기 위한 지속 사업 필요"
전문가 "가족센터 등 활용해 1인가구 지원사업 강화를"

[한라일보] 제주시 아라동에 사는 C씨(63)의 집은 작년 초까지만 해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각종 옷 가지와 쓰레기가 뒤엉켰고 술 냄새도 심하게 풍겼다. 문제는 주거 환경만이 아니었다. 가족을 비롯해 다른 이들과의 관계도 끊긴, 사실상 은둔 상태였다. 과거에 뇌경색으로 쓰러진 뒤 얻게 된 언어 장애와 왼팔의 불편함으로 일을 할 수도 없었다.

제주시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이 C씨의 사정을 알게 된 것은 2022년 하반기쯤이었다. 이후 C씨를 설득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안부 확인 등으로 친밀감을 쌓으며 여러 차례 설득한 끝에 C씨의 집을 어지럽히던 쓰레기를 치울 수 있었다.

사는 공간이 바뀌니 마음의 변화가 따라왔다. 아라종합사회복지관은 밑반찬 지원 사업 등으로 일상생활을 지원하며 지속적으로 사례 관리를 했다. 이런 과정이 작년 1월부터 8개월간 계속되면서 C씨도 차츰 달라졌다. '이번 기회에 완전히 술을 끊으려 한다'며 복지관에 감사를 전하기도 하고, 복지관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있다. 교류 없이 혼자 지내던 C씨가 다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 것이다.

도내 중장년 1인가구가 제주시 아라종합사회복지관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 더불어 삽시다"

중장년 1인가구의 사회적 고립, 고독사 등의 문제가 떠오르면서 제주에서도 이들을 위한 복지 안전망을 갖추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지자체를 비롯해 도내 종합사회복지관 등에서도 해법을 고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도내 복지관 5곳이 중장년 1인가구의 자립을 지원하는 '더불어 산다' 사업이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의 지원을 받아 제주시에선 서부종합사회복지관과 아라종합사회복지관, 서귀포시에선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과 동부종합사회복지관,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이 함께하고 있다.

목표는 중장년 1인가구의 자립이다. 이들 복지관이 머리를 맞댄 것도 중장년 1인가구가 다시 사회로 나서는 것을 돕기 위해서다. 자립 지원이 필요한 중장년 1인가구가 발굴되면 우선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하고 개별 특성에 맞춘 지원을 이어 간다. 자립 지원 프로그램을 비롯해 자조 모임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때의 '자립'은 취업 등을 통한 경제적 독립만을 말하지 않는다. 은둔,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 사람을 만나고 소통하는 것도 자립의 범주 안에 놓인다. 사실상 외출 없이 지내는 중장년 1인가구에는 이 역시도 큰 변화이기 때문이다. 사업이 시작된 지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들면서 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된다.

김혜현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몸이 안 좋아 장기간 일하지 못해 수급자가 됐거나 심리적 불안, 우울증이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감기처럼 하루 이틀에 낫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도 "이제 (사업 시행) 1년 반이 지나니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 만나는 게 무서워 집밖으로 안 나오던 분들이 반복해서 만나는 사람은 크게 부담 없어 한다거나 극한의 상황에서도 '도와줄 사람이 없다'며 포기하고 있던 분들이 이제는 도움을 요청하기도 한다"며 "자신이 받은 도움을 다시 베풀고 싶다고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서귀포종합사회복지관이 '더불어 산다' 사업의 하나로 운영 중인 중장년 1인가구 요리 활동.

"중장년 자립 지원 활성화를"

이러한 사례는 중장년 위기 가구의 자립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특히 신체·정신적 건강, 경제적 곤란, 사회적 고립 등의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그만큼 지속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한계가 있다. '더불어 산다' 사업의 경우도 2025년까지 3년 시행으로 예정돼 있다. 이후 사업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그대로 종료된다.

권미애 아라종합사회복지관장은 "고립·은둔형 중장년의 경우 밖으로 꺼내는 것도 어렵지만 어느 정도 회복하더라도 지원이 끊기면 다시 들어가 버리기 쉽다"며 "이들을 위한 사업이 계속 연결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사회복지사도 "(복지 현장에서 보면) 노인, 아동 등을 대상으로 한 지원 사업은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중장년 대상은 거의 없는 데다 있어도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며 "고독사 예방을 넘어 사회관계 형성의 계기를 마련해 주는 중장년 1인가구 사업이 지속된다면 만날 사람이 있고 연락할 사람이 있어 노년기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종합사회복지관 등 도내 인프라를 활용해 1인가구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연구원 제주사회복지연구센터가 2022년 시행한 '1인가구 사회보장욕구유형 및 특성' 연구에서도 이 같은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보고서에서 "1인가구 지원을 위한 신규 센터를 설립하기보다 현재 도내에 구축돼 있는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며 도내 가족센터의 1인가구 담당 인력을 보강하고 프로그램 제공을 위한 공간 확충, 사업비 증액 등을 통해 1인가구 지원 확대가 가능할 거라고 전망했다. 이와 함께 '도내 종합사회복지관 활용'도 강조하며 "이미 복지관에선 1인가구 대상 프로그램을 꾸준히 수행해 왔다. 더 많은 1인가구가 이러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도록 사장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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