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시작인가 기후재앙

[허경자의 하루를 시작하며] 시작인가 기후재앙
  • 입력 : 2024. 10.30(수) 02:30  수정 : 2024. 10. 30(수) 09:40
  • 오소범 기자 sobo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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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기후변화로 국민 모두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여름 폭염은 사상 최고였다. 제주지역의 평균기온이 평년대비 4℃나 높았다. 추석이 있는 9월에도 에어컨을 가동해야 할 정도로 더위가 극심했다. 추석이 지난 후에는 여름 장마처럼 폭우가 쏟아졌다. 올겨울은 일찍 찾아와 유난히 추울 것이라는 기상예측에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다.

예측불가의 이상 기후는 살림살이에도 먹구름을 가져왔다. 배추 주재배지인 남부지역은 가을 폭우로 수확을 목전에 두고 큰 피해를 입었다. 배추 한 포기가 만원을 넘나 든다는 고공행진 보도에 집집마다 김장이 걱정이다. 동해안에서는 명태가 없는 명태축제가 열렸다는 소식도 있었다. 현저하게 낮아진 명태 수확량에 인공수정란을 부화시켜 바다에 푸는 사업까지 시행했으나 수년 전부터 어획이 전면 금지되고 러시아산 명태를 대량 수입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제주 역시도 이상기온 문제가 심각하다. 노랗게 익어 가야 할 감귤이 여전히 청색이다. 기온이 내려가야 건강한 귤색으로 착색이 되는데 느닷없는 고온현상으로 초록귤 출하가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레드향 농가의 피해 목소리도 크다.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껍질이 터지고 벌어지는 최악의 열과 피해가 심각하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수산업 상황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어획량의 감소로 제주지역 수산물 위판실적이 급격히 줄어드는 가운데 양식수산업의 피해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가 이상기후 고수온의 영향이 크다. 얼마 전에는 연산호류가 녹아내리면서 폐사하고 산호 백화현상도 대규모로 진행됐다는 제주바다 생태계 보도가 있었다. 말로만 듣던 지구온난화가 드디어 인간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서 산불 발생도 걱정이다. 기후변화로 가을철 기온이 높고 강수량이 감소하면서 겨울이 오기도 전에 산불 발생의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산불이 발생하게 되면 초목이 타면서 오랜 기간 축적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게다가 새로운 수목들이 조성될 때까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흡수원이 없어져 탄소 배출량은 급증하게 된다. 산불은 단순히 오랫동안 가꿔온 산림을 단시간에 잃는 화재사고를 넘어 지구가열화를 촉진시키고 기후변화를 가속시키는 악순환의 제공자일 것이다.

그동안 환경전문가 혹은 환경단체의 지나친 기우로만 여겨졌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는 이제 기후위기로 고착돼 현실에 나타났다. 지금 이대로 간다면 기후위기가 기후재앙으로 진전되지 않는다는 장담은 할 수가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물론 우리 모두가 절실히 고민하고 현실적인 실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탄소중립을 먼 나라 이야기로 외면한다면, 에너지대전환에 이런저런 핑계로 발목을 잡는다면 그에 대한 자연의 심판은 준엄할 것으로 확신한다. 플라스틱 줄이기, 플로깅 참여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사고의 전환과 작은 실천이 중요한 요즘이다. <허경자 제주국제녹색섬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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