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공공형 계절근로자 농가 '호평'… 농협은 '손실'

[경제포커스]공공형 계절근로자 농가 '호평'… 농협은 '손실'
작년 위미농협에서 처음 시작해 올해 고산·대정 농협으로 확대
인력난 덜고 인건비 낮아 농가 만족…내년 공모에 10개 농협 신청
월급 정액제로 비로 농작업 못해도 인건비 지급 따른 농협 손실
  • 입력 : 2024. 11.06(수) 18:46  수정 : 2024. 11. 09(토) 11:39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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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남딘성에서 온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제주고산농협과 계약해 인력이 필요한 농가에서 일하고 있다. 한라일보DB

[한라일보] 농촌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서 본격 도입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이 인력난 해소는 물론 인건비 부담도 덜어주면서 농가들은 반기고 있다. 하지만 사업 운영주체인 지역농협은 이들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법정 근로일수 22일을 보장해 월급을 정액제로 지급해야 한다. 이에 따라 비날씨 등으로 야외 작업을 할 수 없을 경우 발생하는 유휴 인력과 농협의 인건비 부담 문제를 풀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ㅣ높은 농가 만족도

시범사업을 거쳐 2023년 본격 도입된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사업은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국가와 협약을 체결해 외국인 근로자를 모집하면 농협이 운영주체가 돼 이들과 5개월 동안 근로계약을 체결해 인력이 필요한 농가에 하루 단위로 공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적기에 인력을 공급받을 수 있고, 시중보다 낮은 인건비로 농가 만족도도 높다.

도내에선 지난해 감귤주산지인 제주위미농협(41명)이 처음으로 사업에 참여하며 관심이 쏠렸다. 농가 만족도가 높다고 평가되면서 올해는 제주위미농협(50명)과 제주고산농협(30명), 대정농협(30명) 3곳으로 참여 농협이 확대됐다. 제주도는 올해 베트남 남딘성과 업무협약해 근로자 110명을 선발했다.

최근 마감한 내년 외국인 계절근로자 공모사업에는 도내 10개 농협이 신청한 상태다. 하지만 사업을 주관하는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70개 농협에서 내년에는 90개 농협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말쯤 발표될 선정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기존 참여 농협이 선정되지 않을 경우 농가 민원도 예상된다.

농가의 높은 만족도는 농협이 책정한 인건비가 시중보다 저렴하다는 데 있다. 밭농업 위주인 제주고산농협은 9만원, 감귤주산지인 제주위미농협은 여자 7만5000원·남자 11만원으로 책정했다. 현재 감귤 수확 인건비 시세는 여자 9만원, 남자 13만~15만원에 형성돼 있다.

제주위미농협 김은주 지도상무는 "농가 필요인력을 15일 단위로 접수받고 있는데, 접수 당일 모두 마감될 정도다. 특히 지난해 외국인 근로자를 공급받았던 농가를 중심으로 반응이 아주 좋다"고 했다. 김 상무는 또 "코로나19를 거치며 인건비가 급등했는데, 농협의 공공형 계절근로자 인건비가 이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시중 인건비를 일부 떨어뜨리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l 문제는 지역농협의 적자

농가의 높은 만족도 한편에선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고용하는 지역농협의 운영 부담이 적지 않다. 특히 비날씨 등으로 야외 농작업이 불가능할 때 발생하는 유휴 인력 발생 문제가 큰데, 야외작업이 대부분인 밭농업 주산지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또 날씨가 나쁜 상황 등을 감안해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농협이 운영하는 경제사업장인 산지유통센터(APC)에서도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현장 목소리는 지난해부터 전국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제주고산농협은 9월 30일 베트남 남딘성에서 입국한 계절근로자 30명과 계약해 10월 한달 동안 운영한 결과 작업일이 16~17일 정도로 잠정 파악됐다. 농가에 파견하지 못한 일수인 5~6일치 일당은 온전히 농협이 부담해야 해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제주고산농협 임철원 농가소득지원센터장은 "10월 한달 간 운영한 결과 1500만원 가까이 손실이 발생했다. 10월에 비가 유독 자주 내리기도 했고, 비가 그치더라도 땅이 마르기 전까지는 농작업이 불가능한 어려움이 있다"며 "농가에 인력을 파견하지 못할 때는 농협이 운영하는 깐마늘공장이나 APC 등에서도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제도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제주고산농협은 6일 제주를 찾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에게도 법무부와 농림축산식품부에 농협 경제사업장에 외국인 근로자를 배치해 일할 수 있게 요청해 달라고 건의했다.

제주위미농협 김은주 상무는 "지난해 5개월 동안 47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한 달 근로일수 22일에다 추가근로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5배를 지급해야 해 초과분은 모두 농협 부담이 된다"며 "하지만 외국인 근로자가 일을 잘하고 인건비도 시중보다 낮아 농가에서 사업이 계속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어 조합이 감내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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