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달 18일 북한군 관련 정부의 발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정부 발표는 북한이 특수부대 등 4개 여단 총 1만2000여 명의 병력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기로 최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2022년 개전 이후 러시아 병사만 70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쟁터에 북한군이 파병된다는 사실은 누구도 감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항상 정상범위를 수없이 벗어나는 북한이지만 이러한 소식은 너무나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전장 환경도 익숙하지 않고 언어 소통도 제한되는 상황에서 남의 나라 전쟁터로 내몰린 병사들의 심정은 어떨지 그리고 이들 병사 가족들의 정신적 충격은 어떨지 도무지 상상이 안 된다. 또 다른 북한 주민들은 과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몹시 궁금하다.
북한군의 무모한 러시아 파병의 목적이 자못 궁금해진다. 먼저 가장 우선시되는 목적은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 절실히 필요했을 것이다. 북한은 러시아의 핵, ICBM 및 핵추진잠수함 등과 관련된 고도의 기술을 이전받아 핵 및 탄도탄 능력을 완성하고자 할 것이다. 다음으로 더욱 현실적인 목적은 경제난 타개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서방국의 경제 제재 및 중국과의 소원해진 관계 등으로 인해 나라 살림이 몹시도 어려운 북한의 상황에서 전투병 파병으로 인한 경제적 보상은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최근 러시아와 군사동맹을 부활시킨 상황에서 러시아와의 군사적 동맹을 더욱 굳건히 하고, 러시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제 사회에서의 고립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는 대남 군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파병된 장교들이 현대전 경험을 쌓고 신형 무기에 익숙해진다면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전력 강화 요인이 될 것이다.
최근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북한 장군 7명 포함 병력 1만~1만5000명이 쿠르스크 지역이나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 러시아군 점령지에 배치될 것이며, 2~3개월 단위로 순환 교체돼 1년 뒤면 현대전을 경험한 고도로 숙련된 병력 10만명 정도가 배출돼 한반도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언급했다. 앞으로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면서 북한군 사상자도 나오고 일부 병사가 전장을 탈영해 망명하는 사태도 발생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김정은의 도박은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 정부는 포탄을 우선으로 지원하면서 단계적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나갈 계획임을 밝혔다. 지난 15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페루 리마를 방문 중인 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군 파병을 "강력히 규탄한다"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가 북한의 김정은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다소 회의적이며 실효적인 대응책 마련에 우리의 고민이 깊어져 가고 있다. <남동우 해군협회 연구소장·예비역 해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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