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나간 여름은 뜨거웠다. 근래 보기 드문 더위로 열대야가 계속됐다고 하는데, 열대야란 낮에 높은 기온이 해가 진후에도 내려가지 않고 밤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을 말한다. 열대야가 발생하는 경우 한낮에는 찜통더위 날씨가 되고 밤에도 고온다습한 밤이 지속돼 잠들기 어렵게 한다. 지난 여름철 날씨의 특징은 낮 기온도 높았지만 밤 기온도 높은 열대야가 63일을 기록해 기상관측 이후 최고로 많아 밤에 맛있은 잠을 자기 어려운 계절이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문명의 발달로 사람들은 더위를 피하기 위해 각종 과학의 힘을 빌려 실내외에서 시원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농업인들이 재배하는 농작물들은 무더운 밤을 견뎌내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증명하는 것 중의 하나가 감귤류의 열매가 정상적으로 크지 못하고 열과(裂果)가 많이 발생하였다는 것이다.
추석 무렵부터 감귤류의 열과가 많이 발생한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듣던 중 제주레드향연구연합회는 '위기의 레드향 대처방안에 따른 특별대책 수립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농정당국에 요구한 내용은 명확한 열과 원인 파악과 피해저감대책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문제를 제기한 '레드향'인 경우 품종특성상 열과가 많은 품종으로 알려져 있어서 농작물재해보험 보상대상에서 열과에 의한 피해는 제외됐다는 것이다. 농업인들이 열과가 많은 특성을 알면서 선택했다면 전문가에게 정상적으로 관리하였을 때 평균 열과율을 산출해 주도록 하고 이를 근거로 그 이상 많은 피해가 발생됐다면 계산이 다소 복잡해지겠지만 농정당국이 재해보험사에 보상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할 것이다. 노지 감귤의 경우는 열과가 되지 않는 품종들이라 이번 열과 피해가 크게 발생해 수확량이 감소할 것으로 확인된 경우 재해보험 보상대상이 될 수 있었다.
열대야가 지속되면 감귤나무도 밤에 잠을 못 자고 계속 활동을 하게 돼 낮에 생산한 영양분을 소비할 수밖에 없어서 과일로 보내지 못하고 성장이 느려지거나 멈췄다가 밤 온도가 적당하게 내려가면 영양분을 열매로 보낸다. 이때 과육의 부피가 커지는데 껍질이 크기가 멈췄기 때문에 껍질이 깨지는 열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지난 여름과 같이 열대야가 계속될 것에 대비해 재배기술 측면에서 대책이라면 온도를 낮추기 위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야 할 것이다. 시설인 경우 일부 햇빛을 차단할 수 있도록 차광망을 설치하면 한낮의 온도를 낮출 수도 있고, 나무 위로 짧은 시간 여러 번 물을 뿌려 시설 내 온도를 낮출 수도 있고, 물 주는 시간도 저녁에 준다면 밤 온도를 조금 낮출 수 있을 것이다. 노지 재배하는 감귤의 경우는 별로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고온에 강한 품종을 개발해 나무를 바꾸지 않으면 감귤 자체를 재배하기 어려워질 것 같다. 전문가들의 해줘야 할 일들이 많다. <문영인 제주농업생명과학박사연구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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