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가 세수입 감소로 공공 지출이 제한되면서 재정적 제약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렇다고 예술분야 예산을 삭감 대상 맨 앞에 놓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특히 문화 인프라를 대하는 현실이 불편하다. 제주아트센터 리모델링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제주를 대표하는 문화 인프라의 관리와 유지에 관해 외부에 기대고 있는 모습이 패러독스를 마주한 듯하다.
새롭게 들어설 음악당은 제주문화인프라로서 가치와 역할을 의심하지 않는다. 새로운 음악당에 집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새로운 예술공간의 혜택은 제주도민일 것이다. 도시개발과 함께 그 이익환수의 방법 또한 매우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다만, 예술공간 운영과 유지에 관한 관점에서는 다소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는 결과의 선례가 앞으로 제주문예회관을 비롯한 제주 중요문화인프라 관리 유지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기도 하다. 제주아트센터를 비롯한 제주문예회관 및 서귀포 예술의 전당 등 종합무대예술 극장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상 유지가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고 적용해야 하는 공간이다. 전 세계 예술극장의 첨단 무대시설과 동시대성을 이루려는 진보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의 의미는 제주 공동체 자존과 연결되는 문화의 '문'에 대한 의미이기도 하다. 우리에게 예술공간이 주어졌을 때, 공간의 주인이자 관리자로서 마땅한 책임을 지자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예술공간으로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일관된 관리 관점과 예산이 필요하다. 예술공간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 있겠으나 건축물로서의 유지관리와 함께 무대 장비를 작동하고 유지 관리하기 위한 전문 인력의 필요성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공연을 처음 기획하는 기획자에서부터 실제 무대를 구현하는 무대감독, 조명감독, 음향 엔지니어와 공연 안내를 도와주는 하우스어셔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전문성은 극장 운영에 필수적이다. 우리 관객이 마주하는 것은 공간의 친절함과 예술의 감동일 것이다.
현재, 서귀포의 중요한 예술공간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는 김정문화회관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04년 서귀포 최초로 건립된 이 예술공간의 위기는 2014년 서귀포 예술의 전당이 새롭게 들어서면서이다. 서귀포 지역 예술활동과 모든 시선이 서귀포 예술의전당으로 몰린 기간 만큼 김정문화회관의 모든 시설이 노후화에 들어갔다. 2018년, 서귀포시의 예산 투입으로 새롭게 리모델링 되면서 다시 예술공간으로서 생명력을 유지하게 됐다. 서귀포 예술의 전당은 제주의 중요한 문화인프라이다. 김정문화회관 또한 마찬가지이다. 크고 작음의 관점이 아니다. 오래된 것과 새로움에 대한 관점도 아니다. 예술공간은 존재 자체로 생명을 부여받은 살아 있는 공간이며 우리 제주 공동체가 그 생명력에 대한 책임을 가지고 있다. <홍정호 제주아트센터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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