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오지선의 하루를 시작하며] 한 사람은 한 권의 책이다
  • 입력 : 2024. 12.18(수) 02:30
  • 고성현 기자 kss0817@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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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마을 어르신들에게서 중문마을의 역사를 듣고 든든했습니다. 아직 어리지만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 갈 역사도 기대됩니다." 속 시끄러운 현실 속에서 들은 학생들의 이야기다.

요즘 교육복지를 하면서 갖고 있던 꿈 하나를 이루어 가고 있다. 그 꿈은 학생들이 마을에 대한 이해 및 참여 경험을 통해 마을에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도전한 것이 '휴먼북 프로젝트'다.

작년, 주민센터 맞춤형복지팀장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교육복지사가 머리를 맞대서 만든 프로젝트가 '2024 주민참여예산'으로 확정돼 추진될 수 있었다. 어른과 학생으로 구성된 추진위원들이 한국 최초 수의사, 농업인, 향토학자, 씨름선수, 문구점 사장, 교통봉사자 등 중문 마을의 어른 10명을 찾아 인터뷰하고,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곧 '중문 사람'이라는 책자로 그 결과를 세상에 내놓는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이 마을의 역사를 이해하고,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생기고, 마을을 위해 기여하는 인물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한 사람은 곧 한 권의 책'임을 경험하고 있다. 학교 혼자서는 시도할 수 없었던 일이, 지역과 함께했기에 가능했다.

교육복지는 다양한 위기상황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학생을 중심에 두고, 원인에 따른 지원을 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으로 확대되고 있다. 학생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개인적인 요인도 있겠지만, 또래관계, 교사, 학부모, 가정, 지역사회 등 다양한 외부 요인에서 시작되곤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부터 어려움을 발견하고, 방법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그 방법은 학교 안에서 해결되는 부분도 있지만, 학교 혼자 할 수 없는 사례도 종종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교육복지사의 주요 과업인 지역사회 연계, 네트워크다.

2009년 교육청에서 업무를 시작했을 때, 학교는 굳이 지역의 도움이 필요하냐는 의견이 많았고, 지역에서는 학교와 연계하고 싶어도 벽이 높다고 시도조차 안 해 보고 편견의 시선으로 쳐다보곤 했었다. 한두 번 함께하고, 성공하는 경험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방식이 달랐음을 인정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최근에는 모 학교에서 가정방문을 했더니, 가정 내 발 디딜 틈 없는 물건들로 인해 학생들의 생활이 위협받고 있다는 이야기에 주민센터에서 발 빠르게 집 치워주기 작업을 진행했고, 이어서 교육지원청, 주민센터, 초등학교, 중학교, 종합사회복지관,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가 모여 향후 필요한 지원과 기관 간 역할 조정을 협의하는 시간으로 확대됐다. 제주 교육복지의 역사가 20년이 다 돼가는 요즘의 모습이다. 아직 부족하다. 아이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터전에서 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힘을 키워주기 위한 우리 어른들의 역할을 생각해 보게 된다. <오지선 중문초등학교 교육복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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