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의 무비자 입국 제도는 제주특별자치도법에 따라 중국·동남아·러시아 등 176개국 외국인이 제주 공항과 항만을 통해 비자 없이 입국해 최대 30일까지 체류할 수 있도록 한 정책이다. 올해 상반기 제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 101만5900여 명 중 77%인 77만7600여 명이 중국인 관광객일 정도로, 무비자는 제주 관광산업을 떠받쳐온 핵심 제도다.
그러나 최근 제주 무비자 제도의 경쟁력은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월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제주만의 독점적 이점이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그 결과 중국인 관광객 수요가 서울·부산·경주 등 전국으로 분산되고 있다. 여기에 관광업계는 매출 증가 효과를 이유로 무비자 제도의 지속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으며, 실제 면세점 매출도 한 달 만에 40% 증가했다.
이러한 흐름을 고려하면 정부가 중국 단체 무비자 제도를 사실상 무기한 연장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인 개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면제 확대 논의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경우 제주의 무사증 입국 독점 효과는 완전히 상실된다.
정부가 이미 제주를 비자 정책의 '테스트베드'처럼 활용해 온 만큼, 현 제도만으로는 더 이상 제주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제주도는 현행 제도의 단순 유지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춘 '무비자 업그레이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일본처럼 단기 방문객에게 90일 체류를 허용하는 국가 사례를 참고해, 제주도 역시 기존 30일 체류 기간을 60일, 더 나아가 90일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장기 체류 관광객을 기반으로 의료·웰니스·연수 산업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류 기간을 무조건 연장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불법취업, 범죄 조직 활동, 무단 체류 등 부작용이 커질 위험이 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급제 기반 체류 연장'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항공사 회원제처럼 제주 지역 소비 기여도에 따라 체류 연장 자격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일정 금액 이상의 숙박·쇼핑·관광·의료 소비가 확인되면 60일, 더 높은 소비 기준 충족 시 90일 체류를 허용하는 것이다. 이는 고부가가치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직접적으로 견인할 수 있다.
물론 장기 체류 확대는 치안 문제와 불법체류 증가를 동반한다. 특히 중국인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수 없다. 제주에는 이미 제주자치경찰단이 있는 만큼, '외사·출입국 전담팀'을 신설해 국경관리 기능을 강화하고, 법무부·출입국관리사무소와의 협업을 제도화해야 한다.
지금 제주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경쟁력을 잃어가는 무비자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제주형 무비자 모델로 재설계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무비자는 관광정책을 넘어 제주 경제와 지역 안전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이다. 지금이야말로 제주의 미래를 위한 과감한 정책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국제자유도시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강경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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