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는 이미 결단을 내렸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제로'를 실현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러나 선언만으로 바다는 깨끗해지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과 산업, 그리고 시민 실천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실행 구조다. 제주의 환경은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니다. 바다와 지하수는 제주의 생명줄이며, 관광 산업의 기반이자 지역경제의 핵심 자산이다. 이러한 제주에서 플라스틱 문제는 더 이상 환경 이슈가 아니라 생존과 직결된 정책 과제다. 문제의 본질은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정책은 소비자 중심이었다. 분리배출, 재활용, 캠페인.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플라스틱 문제의 출발점은 '소비'가 아니라 '생산'이다.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 사용을 전제로 하고, 유통 과정에서 과도한 포장이 유지되며, 폐기 이후를 고려하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면서 지금의 위기가 만들어졌다.
이제 정책의 방향은 분명히 바뀌어야 한다.
제주형 환경 정책은 '재활용 중심'에서 '생산 억제 중심'으로 이동해야 한다. 특히 제주도는 섬이라는 특수성 덕분에 정책 실험이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이는 곧 전국 단위 정책으로 확장 가능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업의 플라스틱 사용 총량 규제 도입 ▷친환경 소재 전환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 확대 ▷다회용 포장 시스템 의무화 ▷관광업·유통업 대상 포장 최소화 기준 설정 등의 방안이 있다.
제주 지역 기업은 '청정 제주'라는 브랜드 가치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 또한 함께 부담해야 한다. ESG 평가에 플라스틱 저감 지표 의무 반영을 고민해봐야 한다. 이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ESG 투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이미 필수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제주가 가진 가장 강력한 자산은 자원봉사에 기반한 '수눌음 문화'다. 이를 활용해 ▷플라스틱 저감 실천형 자원봉사 프로그램 확대 ▷해양 미세플라스틱 모니터링 시민 참여 시스템 구축 ▷학교 중심 자원순환 교육 의무화 ▷관광객 참여형 환경 행동 프로그램 등을 실현할 수 있다.
플라스틱 제로는 '줄이는 것'에서 끝나선 안된다. 순환시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 내 재사용·재활용 인프라 통합 구축 ▷폐자원을 활용한 지역 일자리 창출 ▷장애인·노인 등 취약계층과 연계한 순환경제 일자리 모델 확대 ▷공공·민간 협력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 구축 등의 방안은 환경 정책이 곧 복지 정책이 되는 제주형 융합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는것을 보여준다. 2040년까지 15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러나 산업 구조 전환, 소비문화 변화, 기술 개발을 고려하면 결코 여유 있는 시간이 아니다. 플라스틱을 덜 쓰는 사회가 아니라, 플라스틱 없이도 가능한 산업과 생활을 설계하는 것. 그 과감한 전환이 지금, 제주에서 시작돼야 한다. <고태언 제주도지속가능발전협의회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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