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4·3정립 연구·유족회가 제주시 조천읍 옛 제1구(제주)경찰서 조천지서 터에 설치한 표지석. 한라일보 자료사진.
[한라일보] 제주지역 옛 경찰지서 터에 세워진 '4·3 왜곡 논란 표지석'에 대해 제주도가 처음으로 철거 명령을 내리는 등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
20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제주시는 올해 2월 제주4·3정립 연구·유족회에 제주시 외도동 옛 제주경찰서 외도지서 인근에 설치한 표지석이 도로를 허가 없이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자진 철거하라고 명령한데 이어, 해당 단체가 이를 이행하지 않자 최근 2차 원상회복 명령을 내렸다.
4·3정립 연구·유족회는 4·3당시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에 의해 희생된 경찰관들을 추모하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도내 12개 옛 경찰지서터에 표지석을 설치한 단체다. 표지석 12개 중 2개는 인근에서 진행되던 공사 등으로 인해 이후 철거돼 현재는 10개가 남아 있다.
논란은 표지석이 제주 4·3을 왜곡 기술해 이념 논쟁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으며 촉발됐다. 표지석은 1948년 4월3일 5·10 단독 선거에 반대하며 무장봉기를 일으킨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에 대해 '폭도'로 표현하거나, 무장봉기 목적을 대한민국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술해 국가가 채택한 4·3진상보고서와 배치된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무고하게 희생된 지역주민을 추모한다면서도 경찰관 희생 사실 기술 방식과 달리 양민들은 누구에 의해 피해를 입었는지 적지 않아 4·3의 국가 폭력 역사를 축소했다는 평가도 있다.
제주도가 이들을 표지석에 대한 '퇴출'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한 건 지난 2023년이다. 당시 도의회 4·3특별위원회가 4·3왜곡 논란 표지석에 대해 강경 대응하라고 주문하자, 도는 표지석 설치 지역 관할 읍면동에 공문을 보내 도로 점용 허가를 받았는지, 토지 소유자는 누구인지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4·3 역사 왜곡을 이유로 철거할 법적 근거가 없자 도로법 위반 여부 등을 확인해 이를 토대로 실력 행사에 나서겠다는 것이었다.
조사 결과 표시석이 들어선 제주시 한림·신엄·조천·외도와 서귀포시 대정·남원·성산 등 7개 옛 경찰지서 도로는 공유지로, 도로 점용 허가 없이 설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옛 세화·애월지서 표지석 설치 부지는 경찰청 소유, 옛 화북지서 표지석 설치 부지는 사유지여서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도는 지난달 말 표지석 설치 도로를 관리하는 각 행정기관과 합동 회의를 열어 4·3왜곡 논란 표지석에 대한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회의에서 1차 자진 철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은 옛 외도지시도 표지석에 대해선 2차 명령을 내리고, 아직 행정 처분 전인 나머지 표지석에 대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원상회복 절차에 나서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원상회복 명령을 3차례 이행하지 않으면 변상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도 관계자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도로법에 따라 나머지 6개 무단 설치 표지석에 대해선 조만간 각 행정기관별로 원상회복 명령을 예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명령 미이행으로 변상금을 부과해도 납부하지 않을 경우 물리력을 동원해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에 나설 것인지'를 묻는 질문엔 "다른 무단 설치 시설물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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